한미약품이 설 연휴를 앞두고 기술수출(라이선스 아웃)했던 후보물질의 임상2상 중단 소식을 전하면서 투자자들의 혼란이 커지고 있다. 제약사들의 파이프라인(신약후보물질) 신뢰 하락이 제약·바이오주 전반에 대한 투자심리에 악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본지 2월15일자 A15면 참조

한미약품, 기술수출 신약 임상중단… 제약·바이오주 상승세 발목 잡나
18일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한미약품은 설 연휴 직전인 지난 14일 장 마감 후 다국적 제약사인 일라이릴리(릴리)에 기술수출했던 면역질환 신약후보물질 ‘HM71224’ 임상시험이 중단됐다고 공시했다. ‘HM71224’는 한미약품이 2015년 3월 릴리에 7억달러(약 7500억원)를 받기로 하고 기술수출한 면역질환 신약후보물질이다. 한미약품 관계자는 “릴리가 류머티즘 관절염 환자를 대상으로 임상 2상 중간 분석을 한 결과 목표 효능을 입증하지 못할 가능성이 커졌다고 알려왔다”며 “류머티즘이 아닌 다른 면역질환 치료제로 개발하는 방안을 협의 중”이라고 말했다.

이날 한미약품은 강보합(종가 54만1000원)으로 장을 마쳤지만 외국인(순매도 25억원)과 기관(33억원)은 발을 뺐다. 마감 후 나온 악재에 시간외거래에서는 가격제한폭(9.98%)까지 떨어졌다. 기술수출 계약 취소로 주가가 크게 출렁인 과거가 있기에 시장이 더 민감하게 반응했다는 분석이다.

2016년 9월30일 한미약품은 기술수출했던 독일 베링거인겔하임이 항암 신약기술 임상을 중단했다고 공시했다. 공시 당일 주가는 급락(-18.06%)했다. 그해 12월에는 다국적 제약사 사노피에 기술수출한 당뇨신약 계약 일부가 해지돼 계약금 일부를 반환하기도 했다. 이 같은 악재에 그해 말까지 석 달 만에 주가가 39.86% 빠졌다.

전문가들은 당장 릴리와 계약서상 변경 사항이 없고 한미약품의 신약 파이프라인이 25개에 달하는 만큼 주가가 예전만큼 큰 조정을 받지 않을 것으로 보고 있다. 하지만 고평가 논란이 지속됐던 제약·바이오 종목 전반에 대한 상승동력은 떨어질 수 있다고 지적한다. 이종우 IBK투자증권 리서치센터장은 “신약의 임상 철회가 반복되면서 제약·바이오주 신뢰가 무너질 수 있다”며 “투자자들의 급격한 이탈로 주가 변동성이 커질 가능성에도 대비해야 한다”고 말했다.

김동현 기자 3cod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