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증시에서 이달 초 상장지수펀드(ETF) 등 주식형 펀드에서 최근 25년 만에 최대 규모의 자금이 유출된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주 두 차례 폭락 장세를 부른 ETF 등 각종 알고리즘 기반 거래가 지속적으로 증시를 압박할 가능성이 크다는 관측이 나온다.

11일 톰슨로이터 집계에 따르면 지난 1~7일 1주일 동안 미국 주식형 펀드에서 239억달러(약 26조원)의 자금이 빠져나갔다. 이 회사가 자금 흐름을 추적하기 시작한 1992년 이후 가장 큰 유출 규모다. 210억달러가 ETF에서 유출됐으며 나머지는 뮤추얼펀드에서 환매됐다. CNBC방송은 “다우지수가 1000포인트 이상 급락한 8일 이후에는 더 큰 규모의 자금 유출이 일어난 것으로 보인다”고 보도했다.

이 돈은 주로 단기 현금을 운용하는 머니마켓펀드(MMF)로 몰렸다. 지난주 MMF에는 308억달러가 유입됐다. 또 지방자치단체채권펀드 등 일부 채권형 본드로도 자금이 흘러들어갔다.

뉴욕타임스(NYT)는 지난주 증시 폭락의 한 원인으로 ETF를 지목했다. 증시가 폭락한 며칠 동안 전체 거래량의 38%가 ETF 거래였다는 것이다. ETF와 상장지수증권(ETN) 등 미국 상장지수상품(ETP) 규모는 2008년 말 5400억달러에서 지난해 말 3조4000억달러로 불어났다. 피터 치르 아카데미증권 전략가는 “이런 흐름은 미 증시 상승에 큰 영향을 미쳤다”며 “사람들이 돈을 뺄 때도 비슷한 현상이 발생할 수 있다”고 말했다.

뱅크오브아메리카메릴린치에 따르면 ETF와 인덱스펀드는 미 증시 상장 주식의 약 40%를 보유하고 있다.

뉴욕=김현석 특파원 realist@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