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곽지문의 일등 주도주] (34) 재료도 중요하지만 반응이 더욱 중요하다
러시아의 생리학자 파블로프는 자극과 반응 관계를 규명해 인간행동에 대한 과학적 접근을 이뤄냈다. 그의 ‘조건반사’의 발견은 생리학계와 심리학계에 큰 영향을 미쳤다. 주식시장에서 늘 마주하는 재료와 주가와의 관계도 ‘자극과 반응’이라는 인간행동의 범주에서 벗어나지 않는다. 주식시장에서의 인간행동은 일반적으로 호재가 나오면 주가는 오르고 악재가 나오면 주가는 내린다.

호재에 오르고 악재에 내리면 좋은데 시장은 그리 단순하지 않다. 호재라도 미리 시장에 많이 알려진 호재는 주가에 악재가 되기도 한다. 스토리를 알고 영화를 보면 명작도 큰 감동을 주지 못하는 것처럼 많이 알려진 재료는 재료로서의 역할을 하지 못한다. 악재도 마찬가지다. 익히 알려진 악재, 예고된 악재는 악재로서의 파괴력이 없다. 악재가 발표되고 오히려 주가가 상승하는 일이 많다.

큰 폭의 적자를 냈는데 그 적자의 이유가 그동안 부실했던 부분의 정리라면 호재가 된다. 부실한 부분이 정리된 것은 앓던 이가 빠진 것처럼 속 시원한 재료가 된다. 여기에 향후 영업전망이 좋으면 주가는 큰 폭으로 상승한다. 최근 건설업과 조선업 대표종목의 주가 상승은 그런 맥락이다. 올해 들어 조선업종과 플랜트업종은 큰 폭으로 수주가 증가하고 있다.

지속된 호재인데 추가로 더 좋아지지 않으면 악재가 되기도 한다. 삼성전자는 지난해 3분기에 크게 향상된 실적을 공표했다. 4분기에도 좋을 것이라는 게 지배적이었다. 하지만 주가는 상승하지 못하고 하락의 길을 걸었다. 장기간 진행된 실적 서프라이즈에 시장참여자들은 지쳐버린 것이다. 신약을 개발하는 바이오 기업에도 그런 현상이 나타나는데, 실제 신약을 개발해 제품화하면 그때부터 주가는 내리는 경우가 많다. 추가적인 기대치가 없으면 투자자는 매수가 아니라 매도로 변심한다. 인간의 애정에는 정점이 있다. 정점을 찍고 나면 반대 방향으로 간다. 재료도 중요하지만 주가의 반응은 더욱 중요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