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요 증권사가 지난해 주식시장 호황에 힘입어 사상 최대 실적을 기록했다. 주식 거래대금이 크게 늘어나며 브로커리지(주식 위탁매매) 수익이 증가한 가운데 투자은행(IB) 부문의 수수료 실적과 주가연계증권(ELS) 등 상품 운용 수익도 늘어나 실적 개선에 기여했다는 분석이 나온다.

◆순이익 1위 오른 한국투자증권

한투·미래에셋대우 순익 5000억 돌파
8일 증권업계에 따르면 지난해 실적을 발표한 증권사 중 가장 많은 순이익을 낸 곳은 한국투자증권이다. 이 증권사는 지난해 5244억원의 순이익으로 사상 최대 실적을 올렸다. 전년보다 121.5% 늘었다. 영업수익은 전년보다 23.4% 증가한 6조2005억원, 영업이익은 129.4% 늘어난 6847억원을 냈다. 한국투자증권은 “지난해 주식시장 강세로 브로커리지와 자산관리, IB, 자산운용 부문에서 고른 실적을 거뒀다”고 설명했다. 실적 호조에 힘입어 이 증권사의 자기자본이익률(ROE·순이익/자기자본)은 12.2%에 달했다.

증권업계 순이익 2위는 미래에셋대우(5049억원)가 차지했다. 이어 메리츠종금증권(3552억원), NH투자증권(3496억원), 삼성증권(2714억원) 등이 뒤를 이었다. 2016년 1570억원의 순이익을 낸 미래에셋대우의 이익 증가율은 3116%에 달했다.

한국투자증권 외에 미래에셋대우, NH투자증권, 메리츠종금증권, 키움증권 등도 지난해 사상 최대 실적을 기록했다. 이들 증권사는 브로커리지 수익에 더해 강점이 있는 IB 부문에서 수익을 많이 올린 것으로 분석됐다.

업계 상위 5개사가 지난해 거둔 순이익 합계는 2조55억원으로 전년보다 89.6%(9476억원) 급증했다. 김지영 IBK투자증권 연구원은 “지난해 3분기 말부터 브로커리지 수익이 좋았고 ELS 조기 상환이 늘어나는 등 상품 운용 수익도 받쳐줬다”며 “경쟁 과열 및 시장 침체 우려에도 불구하고 부동산 등 대체투자 부문에서 성과가 좋았다”고 말했다.

◆올해 실적 전망도 ‘맑음’

업계에서는 올해도 증권사들이 호실적을 이어갈 가능성이 큰 것으로 보고 있다. 자기자본 1위인 미래에셋대우는 올해 세전순이익 목표치를 1조원으로 제시했다. 한국투자증권은 지난해보다 약 40% 늘어난 9000억원대 중반의 세전순이익을 목표로 하고 있다.

최근 증시가 급등락하면서 조정을 받긴 했지만 거래대금이 여전히 많은 수준이어서 증권사들의 실적이 좋아질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김고은 메리츠종금증권 연구원은 “증시 조정에도 불구하고 거래대금에는 큰 영향이 없어 올해도 높은 브로커리지 수익이 예상된다”며 “IB 부문을 강화하는 등 사업 다각화 노력도 실적 개선에 도움이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이고운/노유정 기자 ccat@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