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가와 금리 상승 우려로 촉발된 미국 주식시장과 채권시장의 불안이 가시지 않고 있다. 하루 새 폭락과 급반등으로 널뛰기하고, 장중에도 큰 등락폭으로 요동치는 모습이다. 전문가들은 엇갈린 진단과 전망을 내놓는다. 경제 펀더멘털(기초체력)이 좋아 일시 조정에 그칠 것이란 낙관적 시각과 3조달러대로 불어난 상장지수펀드(ETF) 등 뇌관을 우려하며 시장 붕괴까지 거론하는 시각이 혼재한다. 그만큼 당분간 뚜렷한 방향성 없이 변동성이 큰 장세가 이어질 수 있다는 얘기다.


◆“일시적 조정에 그칠 것”

6일(현지시간) 뉴욕증시에서 다우지수는 567.02포인트(2.33%) 반등한 24,912.77에 마감했다. 지난 2거래일간 낙폭(약 1800포인트)의 3분의 1가량을 회복했다. 하지만 이날 장중 1170포인트를 오르내렸다.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 500지수와 나스닥지수도 각각 1.74%, 2.13% 반등했으나 장중 심하게 출렁거렸다. 10년 만기 미국 국채 금리 역시 등락폭이 컸다.

"일시 조정… 약세장 전환 아니다" vs "레버리지 상품, 증시붕괴 부를 것"… 글로벌 증시 어디로
스티븐 므누신 미 재무장관은 이날 하원청문회에 출석해 “미국의 경제 펀더멘털은 강하다”고 강조했다. “증시가 일시적으로 이와 반대로 움직일 수도 있다”면서 지난 며칠간 장세를 ‘정상적 조정’으로 진단했다.

지난해 4분기 미국 경제성장률은 2.6%(연 환산 기준)를 기록했다. 지난해 12월 실업률은 4.1%로 넉 달째 완전고용 수준이었다. 므누신 장관은 지난 5일 폭락장의 원인으로 컴퓨터 알고리즘 매매를 언급했다.

소프트웨어로 사전에 설정한 주식 매도 시점에 자동으로 대량 매물이 쏟아져나왔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그는 “상당한 변동성이 있기는 하지만 시장은 잘 돌아가고 있다”며 “금융시장 안정성 우려를 키우지는 않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제임스 불러드 세인트루이스연방은행 총재는 이번 조정장세를 촉발시킨 한 요인인 1월 고용지표(시간당 근로자임금 상승률 2.9%)를 들어 급격한 기준금리 인상을 경계했다. 그는 “고용시장과 물가의 상관관계는 붕괴된 상태”라며 “1월 고용지표 호조가 물가를 상승시킬 것이라는 해석을 경계한다”고 말했다. 지난 2일 1월 고용지표가 발표된 뒤 미국 중앙은행(Fed)이 올해 기준금리를 세 번 이상 올릴 수 있다는 우려가 커진 점을 염두에 뒀다.

피터 오펜하이머 골드만삭스 수석글로벌주식전략가도 “추가 조정은 있겠지만 이번 조정에 의해 약세장으로 전환할 것으로는 보지 않는다”고 주장했다.


◆“레버리지 ETF 터질 것”

반면 시장 불안정을 지적하는 목소리도 크다. 이날 ‘공포지수’로 불리는 변동성 지수(VIX)가 전날보다 20%가량 내렸지만 29로 고공행진했다. VIX가 지난 1년간 9~11 사이에 머물렀던 것을 감안하면 3배가량 높은 수준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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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동주의 투자자로 유명한 칼 아이칸 아이칸엔터프라이즈 회장은 CNBC 방송에서 “시장이 훨씬 더 위험한 지점에 들어섰다”며 레버리지가 큰 상장지수상품(ETP)이 뇌관이 될 수 있다고 경고했다. 그는 “현재 증시는 ETF와 상장지수증권(ETN)이라는 스테로이드를 맞은 카지노와 같다”며 “지나치게 많은 레버리지 상품이 거래되고 있어 증시를 붕괴시킬 것”이라고 설명했다.

미국은 원금의 세 배까지 투자하는 레버리지 ETF 등을 허용하고 있다. 지난해 3조4400억달러까지 불어난 미국 ETF 시장은 금융위기 전인 2007년에 비해 약 여섯 배 커졌다. 아이칸은 “ETF, ETN 등 레버리지 상품은 월스트리트에 지진을 부르는 단층이 될 것”이라며 “최근 다우지수 급락은 지진 전조 증상”이라고 지칭했다.

지난 5일 VIX가 치솟자 VIX를 기초자산으로 삼는 ETF와 ETN들이 줄줄이 90% 넘는 손실을 냈다. 대표적 VIX 상품인 ‘프로셰어스 숏 VIX 숏텀 퓨처스(SVXY) ETF’ 거래가 중단됐다. 변동성이 낮으면 가격이 오르고, 반대면 하락하는 펀드다.

모하메드 엘에리언 전 핌코 최고경영자(CEO)도 지난달 말 일부 ETF의 위험성을 강력히 경고했다. Fed 부의장 후보로 거론되는 그는 “일부 채권형 ETF 중 하이일드펀드, 이머징마켓 펀드 등 규모가 작은 기초자산을 기반으로 너무 많은 투자자금을 모집한 펀드가 많다”고 지적했다.

억만장자인 폴 튜더 존스 튜더인베스트먼트 창업자는 “수차례 반복된 금융거품 붕괴를 되풀이하고 있다”며 “Fed가 공격적으로 기준금리를 인상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 ETF·ETN

상장지수펀드(ETF)·상장지수증권(ETN) 둘 다 지수를 추종하는 상품으로 거래소에서 매매할 수 있다. ETF는 자산운용사가 지수에 포함된 자산을 사고판다. ETN은 실물 거래 없이 증권사가 자체 신용으로 수익을 보장한다.

뉴욕=김현석 특파원 realist@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