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게티이미지뱅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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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년째 2%를 밑돌던 미국 물가가 꿈틀대고 있다. 국제유가와 원자재값 상승에다 임금 상승에 따른 인플레이션 기대 심리마저 커지면서 채권 금리가 폭등하고 증시는 폭락했다. 이에 따라 미 중앙은행(Fed)이 올해 기준금리를 네 번 올릴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이 경우 한·미 금리 역전 현상이 발생하기 때문에 한국은행도 기준금리 인상에 속도를 낼 가능성이 있다.

지난 2일 뉴욕증시에서 다우지수는 665.75포인트(2.54%) 폭락해 25,520.96까지 떨어졌다. 600포인트가 넘는 하락폭은 미 증시 사상 여섯 번째 기록이다.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500지수는 2.12%, 나스닥지수는 1.96% 급락했다.

미국 노동부가 이날 발표한 1월 고용시장 지표가 폭락을 촉발했다. 근로자의 시간당 평균임금이 전년 대비 2.9% 올라 2009년 6월 이후 가장 많이 상승한 것으로 나타나서다. Fed가 기준금리를 예상보다 더 빨리 올릴 것이란 관측이 나오면서 채권시장에서 투매가 일어났다. 미 국채 10년물 금리는 이날 0.07%포인트 급등해 연 2.85%까지 상승(채권값 하락)했고, 이는 증시에 부정적 영향을 미쳤다.

닐 카시카리 미니애폴리스연방은행 총재는 “1월 고용지표에 나타난 임금 상승세가 계속된다면 금리 경로에 영향을 미칠 가능성이 있다”고 설명했다. 월스트리트저널은 “근로자들의 두툼해진 지갑은 인플레이션을 위로 밀어올릴 수 있다”며 “Fed가 올해 네 번 금리를 올릴 여지를 키울 가능성이 있다”고 보도했다.

한국은행의 셈법도 복잡해지고 있다. Fed의 금리 인상 속도가 빨라지면 한국도 영향을 받을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현재 미국과 한국은 기준금리가 연 1.5%로 같다. 기준금리가 역전되면 경제 운영에 여러 가지로 부담이 된다. 국내 물가는 아직 안정돼 있지만 불안 요인도 상존한다. 올해 한은의 추가 금리 인상 시점이 앞당겨질 가능성이 있다는 전망이 나오는 배경이다.

뉴욕=김현석 특파원/김은정 기자 realist@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