레미 브리앙 MSCI ESG 부문 대표 "신흥국 환경·사회책임 우수 기업… 작년 평균 주가상승률 40% 넘어"
“한국 증시에는 투자 매력이 큰 상장사가 많습니다. 지배구조가 조금만 더 개선되면 모건스탠리캐피털인터내셔널(MSCI) 환경·사회·지배구조(ESG) 지수에서 차지하는 한국 상장사 비중이 크게 늘어날 겁니다.”

레미 브리앙 MSCI ESG 부문 대표(사진)는 4일 한국경제신문과의 인터뷰에서 “MSCI ESG 지수는 장기적으로 성장 가능성이 큰 기업을 중심으로 구성하기 때문에 이 지수를 추종하는 금융투자상품에 투자하면 위험(리스크)을 줄이고 더 나은 성과를 낼 수 있다”며 이같이 말했다. MSCI에 따르면 지난해 MSCI 신흥국 지수가 37.8% 오를 동안 ESG 리더스 신흥국 지수는 40.9%, ESG 유니버설 신흥국 지수는 38.0% 상승했다.

◆ESG 종목, 신흥국 증시보다 많이 올라

MSCI의 ESG 지수는 주주가치 제고나 환경 보호 등에 적극적이고 지배구조를 투명하게 유지하는 종목을 편입한 지수다. MSCI는 종목별로 ESG 점수를 매기고, 이 점수를 기반으로 투자 비중을 조절하고 있다. 삼성자산운용과 미래에셋자산운용은 이 지수를 활용해 개발한 상장지수펀드(ETF) 3개를 오는 7일 유가증권시장에 상장한다.

그는 기업을 수도관에, 수익률을 물에 빗대 ESG 투자를 풀어냈다. “ESG 점수가 낮은 종목은 이곳저곳에 구멍이 뚫린 수도관과 같다”는 설명이다. ESG 점수를 활용해 물 샐 틈 없는 수도관을 고르면 큰 수익을 낼 확률이 그만큼 높아진다는 얘기다.

브리앙 대표는 “한국의 국민연금 격인 일본 공적연금(GPIF)은 정책 보조 수단으로도 ESG 투자에 접근하고 있다”고 소개했다. 여성 인력을 잘 활용하는 기업에 투자하는 지수를 만들어 GPIF가 투자하는 식이다.

◆“삼성전자, 재진입 언제든 가능”

국내 투자자들 사이에선 최근 한국 증시의 ‘대장주’인 삼성전자가 MSCI ESG 리더스 지수에서 제외된 게 화제가 됐다. 브리앙 대표는 이에 대해 “ESG 리서치 규칙에 따른 것일 뿐”이라고 설명했다.

ESG 리더스 지수는 업종별로 ESG 점수가 높은 종목만 편입하는 방식을 취하고 있다. 반면 ESG 유니버설 지수는 모든 종목을 편입하되 점수별로 투자 비중을 달리하는 지수다. 삼성전자는 ESG 유니버설 지수에선 처음부터 제외됐다.

브리앙 대표는 “특정 기업에 ESG 점수를 매기는 과정은 주관식보다 객관식 채점에 가깝기 때문에 의도를 갖고 결과를 조정하기 어렵다”고 했다. 그러면서 “삼성전자의 주가 상승률이 높기 때문에 삼성전자를 제외하면 지수 상승률이 둔화될 가능성이 높지만, 지수의 투명성 공정성 등을 유지하기 위해선 규칙을 반드시 따라야 한다”고 덧붙였다. 그는 “1년마다 지수 구성 종목을 재평가한다”며 “어떤 종목이 지수에서 빠졌다고 하더라도 재진입할 가능성은 언제나 열려 있다”고 말했다. 2001년 MSCI에 합류한 브리앙 대표는 MSCI가 ESG본부를 신설한 8년 전부터 이 사업 부문을 이끌고 있다.

나수지/박종서 기자 suji@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