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년 4분기 실적 발표가 이어지는 가운데 기대에 미치지 못한 상장사들의 실적이 증시에 부담으로 작용할 수 있다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실적을 발표한 기업의 절반 이상이 증권사 추정치에 못 미치는 ‘성적’을 내놨다.

증권사들은 주요 기업의 올 1분기 실적추정치를 대폭 하향 조정하고 있다. 미국 국채금리 급등으로 외국인 수급요건까지 악화돼 당분간 증시 변동성이 커질 것이란 전망에 힘이 실리고 있다.
작년 4분기 실적발표 기업 절반 '어닝 쇼크'
◆절반이 ‘실적 충격’

4일 금융정보업체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증권사 세 곳 이상의 실적추정치가 있는 상장사 중 지금까지 작년 4분기 실적을 발표한 기업은 77곳이다. 이 중 55개(73.3%) 기업의 영업이익이 컨센서스(증권사 추정치 평균)를 밑돌았다.

실적 충격(어닝 쇼크)이 컸던 회사가 39곳으로 절반에 달했다. 통상 컨센서스보다 실제로 발표한 영업이익이 10% 이상 많으면 어닝 서프라이즈(깜짝 실적), 10% 이상 적으면 어닝 쇼크로 구분한다.

실적 발표 전 3000억원대 영업적자를 냈을 것으로 추정되던 삼성중공업은 수주절벽에 따른 고정비 부담 증가로 5959억원에 이르는 영업손실을 봤다. 흑자를 낸 것으로 전망했던 현대위아현대로템은 각각 716억원, 235억원 규모의 영업적자를 기록했다.

판매 부진에 원화 강세 여파까지 겹치면서 현대자동차와 기아자동차는 증권사 추정치보다 31.0%, 28.9% 적은 영업이익을 낸 것으로 나타났다. 자동차 부품기업인 현대모비스S&T모티브는 영업이익이 추정치보다 각각 47.7%, 31.8% 적었다.

어닝 서프라이즈를 낸 종목은 11개로, 어닝 쇼크 종목의 3분의 1에도 못 미쳤다. 삼성물산 현대산업개발 등 건설주와 하나금융지주 메리츠종금증권 등 금융주, 신세계 이마트 F&F 등 내수주의 선전이 돋보였다.

◆하향 조정되는 1분기 추정치

이처럼 지난해 4분기 실적에 대한 실망감이 커지는 가운데 올 1분기 실적 기대도 낮아지고 있다. 유가증권시장과 코스닥시장에서 추정치가 있는 181개 상장사의 1분기 영업이익 컨센서스는 총 49조2729억원이다. 전년 동기(42조5918억원)에 비하면 늘어난 규모지만, 작년 말 추정치(51조6890억원)보다는 4.67% 낮은 수준이다.

삼성중공업(작년 말 추정치 대비 적자 규모 확대) 현대중공업(작년 말 대비 최근 추정치 48.0% 하향 조정) 등 조선주의 부진이 이어질 것으로 예상됐다. LIG넥스원(-30.8%) 한화테크원(-19.5%) 등 방위산업주와 LG디스플레이(-49.6%) LG이노텍(-38.1%) 등 정보기술(IT) 부품주의 1분기 영업이익 추정치도 작년 말 이후 크게 뒷걸음질쳤다.

유가증권시장에서는 지난해 4분기 어닝 서프라이즈를 기록한 금호석유화학(19.5%)과 하나금융지주(11.9%), 코스닥기업 중에서는 유진테크(16.4%) 실리콘웍스(16.1%) 등 반도체 관련주와 펄어비스(15.5%) 등 게임주에 대한 눈높이가 올라간 것으로 나타났다. 전년 동기 대비 올 1분기 영업이익 흑자 전환이 예상되는 삼성SDI(8.1%) 파트론(8.2%)도 한 달여 사이 추정치가 상향 조정됐다.

이상욱 키움증권 연구원은 “작년 4분기 실적은 환율 하락이 악영향을 미쳤고 국내외 경쟁 환경이 치열해지면서 영업이익률도 감소했다”며 “해외 주요국에 비해 한국 증시는 여전히 밸류에이션(실적 대비 주가 수준) 매력이 크지만 올해 기업들의 실적 개선 기대치가 낮아질 가능성이 있다는 점을 감안해 투자에 나서야 한다”고 말했다.

윤정현 기자 hit@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