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 서초동 사옥. 한국경제DB
삼성전자 서초동 사옥. 한국경제DB
삼성전자가 31일 액면가를 5000원에서 100원으로 나누는 내용을 공시했다. 주식 수를 50배로 늘려 거래량을 키우는 게 향후 주가 상승에 긍정적일 것이라는 판단에서다.

시장에서는 삼성전자의 액면분할 효과를 가늠하기 위해 앞서 액면분할을 단행한 기업들의 주가 흐름에 주목하고 있다. 대표적인 사례는 애플이다. 애플은 액면분할 이후 현재까지 주가 상승 랠리를 이어가고 있다. 반면 아모레퍼시픽·SK텔레콤 등 액면분할 초기 가파른 주가 상승세를 보였지만 최근에는 주춤한 사례도 적지 않다.

◆애플, 분할 후…주가 80% 오르고·거래량 5배 늘어

이날 오후 1시10분 현재 유가증권시장에서 삼성전자의 주가는 전날보다 13만9000원(5.58%) 오른 262만9000원에 거래되고 있다. 장중 한때 주가는 8% 이상 급등했다.

액면가를 5000원에서 100원으로 분할한다고 내용의 공시가 나온 직후부터 주가가 뛰기 시작했다. 이번 주식분할로 삼성전자의 발행주식 총수는 보통주 기준 1억2838만6494주에서 64억1932만4700주로 늘어나게 된다.

발행주식의 1주당 가액은 5000원에서 100원으로 변경된다. 주당 250만원을 웃도는 주식을 5만원대에 사는 것이 가능해진 것이다. 그동안 삼성전자는 주가가 높아 주식을 매입하기에 부담이 된다는 의견이 꾸준히 제기된 바 있다. 이번 액면분할로 더 많은 사람들이 주식을 보유할 기회를 갖게 되면서 거래량이 늘고 주가 부양 효과를 얻을 수 있을 것이라는 기대감이 커지고 있다.

실제 주식시장에선 상장사가 무상주 발행 카드를 꺼낼 경우 주가 부양 의지를 보여준다고 판단해 주가가 급등하는 현상이 나타나는 경우가 많다. 시가총액도 불어나는 효과를 보인다. 애플의 사례가 대표적이다. 애플은 현재까지 4차례 액면분할을 실시하면서 55만원 안팎이던 주가를 10만원선(2014년 주식분할 당시)까지 낮췄다. 이에 최근까지 주가(지난 30일 기준 약 18만원)는 약 80% 이상 올랐다.

애플의 기업가치는 그대로지만 액면분할로 유통주식 수가 늘면서 최근에는 4600만주가 넘는 주식거래가 일어나고 있다. 액면분할 전에는 약 1000만주였던 일 평균 거래량이 다섯 배가량 늘어난 것이다.

전문가들은 애플처럼 삼성전자의 액면분할도 주가에 긍정적인 효과를 보일 것이라고 기대하고 있다. 김양재 KTB투자증권 연구원은 "애플은 액면분할을 단행한 후 개인투자자들이 많이 유입되면서 수급이 개선되고 주가가 양호한 흐름을 보였다"고 설명했다.

그는 "기존 수급구도가 외국인과 기관투자자 중심이던 삼성전자도 액면분할 이후 일반투자자가 매입할 수 있는 가격대가 됐다"며 "수급 측면에서 긍정적인 효과가 나타날 것"이라고 전망했다.

◆일부는 액면분할 부양효과 '글쎄'

다만 일각에서는 액면분할이 긍정적인 주가 반응을 이끌어낼 수 있지만, 장기적으로는 주가를 끌어올리지 못한다는 주장도 내놓고 있다.

실제로 모든 액면분할이 지속적인 주가 상승을 담보하는 것은 아니다. 이중호 KB증권 연구원은 "2000년 이후 667건의 액면분할 사례를 분석한 결과 평균적인 주가 흐름은 액면분할 공시 이후 상승하지만 다시 하락하는 모습을 보였다"며 "평균적으로 공시일 당일에는 3.78% 상승했지만 60일을 전후로 주가는 다시 하락하는 추세를 나타냈다"고 분석했다.

이어 "상승하는 종목의 비율 역시 당일 64.6%에서 점차 하락하는 양상을 보인다"며 "이는 액면분할이라는 이벤트가 단기적인 주가 상승요인이 될 수는 있지만 장기적으로는 유의미하지 않다는 것을 의미한다"고 말했다.
'통 큰 액분' 삼성전자, 애플·아모레·SKT 등 과거 사례보니…
시장에서는 아모레퍼시픽과 SK텔레콤의 사례를 근거로 제시했다. 2015년 아모레퍼시픽은 5000원인 액면가를 500원으로 쪼갰다. 380만원이 넘었던 주식이 38만원대가 되면서 분할 직후 거래량이 폭발적으로 늘었다. 이에 주가도 약 두달만에 45만원대까지 치솟았지만 그 뒤 주가는 점차 하락세를 보였다.

중국과의 사드 갈등 등으로 중국 시장의 매출이 급감하면서 실적이 부진했기 때문이다. 현재 아모레퍼시픽의 주가는 30만원 수준이다.

이에 앞서 2000년 액면분할을 단행했단 SK텔레콤도 비슷한 양상을 보였다. 마찬가지로 액면가를 5000원에서 500원으로 낮추면서 주가는 약 두달 만에 26%(2000년 6월 당시 37만원대) 가량 상승했지만 현재는 26만원대로 주저앉은 상태다.

같은 증권사의 류용석 시장전략팀장은 "액면분할은 기업 펀더멘털(기초체력)에는 변화를 주지 못하는 이벤트"라며 "주가는 시간이 지나면 대체로 제자리를 찾아가게 된다"고 말했다.

이종우 IBK투자증권 리서치센터장 또한 "삼성전자 액면분할이 단기 상승 요인으로 작용하겠지만 장기적으로 시장을 이끌고 가지는 못할 재료"라며 "액면분할로 기업의 본질적 가치가 바뀌지는 않는다"고 강조했다.

안혜원 한경닷컴 기자 anhw@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