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가 31일 50 대 1의 ‘깜짝’ 액면분할을 발표한 데 대해 주식시장에서는 긍정적이라는 평가가 줄을 이었다. 개인투자자의 심리적인 매수 장벽이 허물어지면서 투자 수요가 늘어날 것이란 전망이 많았다. 개인들의 매수 주문이 몰리면서 이날 삼성전자 거래대금은 사상 처음으로 3조원을 넘어섰다.

삼성전자는 이날 5000원(0.20%) 오른 249만5000원에 거래를 마쳤다. 액면분할 결정 직후 장중 한때 8.71% 오르기도 했지만 장 막판 외국인 매도 물량이 쏟아지면서 상승 폭이 줄어들었다. 이날 거래대금은 3조3514억원(129만3626주)으로 하루 기준으로는 사상 최대치를 기록했다. 액면분할 효과 기대가 높아지면서 전날 거래량(24만5691주)의 약 다섯 배로 급증했다.

삼성전자 액면분할은 투자자가 20여 년 전부터 줄기차게 요구해온 사안이다. 시장에서 주목한 건 액면분할 비율이다. 액면가를 주당 5000원에서 100원으로 쪼개는 50 대 1 수준은 전혀 예상하지 못했다는 게 시장의 반응이다. 액면분할 직후 삼성전자는 주당 5만원 안팎으로 개인들이 선호하는 SK하이닉스(이날 종가 7만3500원)보다 낮은 가격에 거래를 시작하게 된다.

정창원 노무라금융투자 한국법인 리서치센터장은 “개인들이 투자를 늘리면 수급적으로 긍정적일 수밖에 없다”며 “삼성전자가 소액주주를 우대하는 방안을 잇따라 내놓고 있어 다른 기업에도 영향을 미칠 가능성이 크다”고 덧붙였다.

윤지호 이베스트투자증권 리서치센터장은 “삼성전자가 외국인과 기관들의 주식에서 대중주로 바뀌면 ‘고가주 디스카운트(할인)’ 요인이 사라진다”며 “주가수익비율(PER·주가/주당순이익)이 6배 수준에 불과해 실적보다 저평가돼 있다는 점이 다시 부각될 것”이라고 예상했다.

이날 액면분할 호재에도 △애플 아이폰X 판매 부진 △원화 강세로 인한 1분기 실적 악화 우려 △미국 증시 조정 등이 겹치면서 외국인은 삼성전자 주식 약 20만 주를 순매도했다.

액면분할은 오는 3월23일 주주총회 승인을 거쳐 5월께 이뤄질 예정이다. 앞서 구주권 제출 마감 하루 전인 4월25일부터 신주변경 상장일(5월16일 예정) 전까지 거래가 정지된다. 이은태 한국거래소 유가증권시장본부장은 “삼성전자 주식거래가 일시적으로 정지되면 지수 연계 선물이나 상장지수펀드(ETF) 거래가 어려워지는 만큼 거래 정지 기간을 최소화하는 방안을 검토하겠다”고 말했다.

조진형/은정진 기자 u2@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