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년 말 뉴욕 월스트리트의 금융회사 상당수는 미국 10년 만기 국채금리가 2018년 말께나 연 2.7%에 달할 것으로 예상했다. 전망은 빗나갔다. 한 달도 안 돼 29일(현지시간) 장중 연 2.7%를 돌파했다.

파이낸셜타임스는 이날 “국채금리 상승 여파로 세계 증시가 조정받을 가능성이 있다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고 보도했다. 금리가 더 오르면 위험자산인 주식에서 안전자산인 국채로 자금이 대거 이동할 수 있기 때문이다.
치솟는 미국 국채금리 연 3%도 가시권… 글로벌 증시 '조정 그림자'
40년 강세장 저무나

미국 국채시장에서는 지난 40년 가까이 강세장이 이어졌다. 1980년 초반 이후 금리가 지속적으로 떨어졌다. 금리가 낮아진다는 것은 채권 가격이 오른다는 것을 뜻한다.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는 국채시장에 역사적 ‘호재’였다. 미국 유럽 일본 등의 중앙은행이 금융위기를 수습하고 경기를 부양하기 위해 기준금리를 제로(0) 수준까지 낮췄다. 양적완화를 통해 시중에서 국채를 사들이며 시중금리 하락을 유도했다.

강세장에 변화 조짐이 나타난 건 작년 9월께다. 미국 중앙은행(Fed)이 2015년 말부터 기준금리를 올려도 크게 반응하지 않던 10년 만기 등 장기물 미 국채 금리가 반등하기 시작했다. 세계 경기가 동반 회복하자 Fed에 이어 일본은행(BOJ), 유럽중앙은행(ECB) 등이 긴축 움직임을 보이면서다.

최근 달러화 가치가 약세를 보이고, 국제 유가가 급반등해 물가도 상승 탄력을 받고 있다. 물가 상승률이 목표치(대부분 2%)를 넘어서면 중앙은행들은 기준금리 인상 압박을 받는다. 구로다 하루히코 BOJ 총재는 지난 26일 “마침내 물가목표에 접근하고 있다”고 밝혔다. 일본의 10년 만기 국채 금리는 이날 장중 연 0.9%까지 급등했다.

30~31일 열리는 Fed의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는 미국 경기와 물가에 대한 평가를 높일 가능성이 있다. 30일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은 연두교서에서 1조달러를 웃도는 인프라 투자 확대 계획을 발표한다. 인프라 투자자금을 조달하고 감세에 따라 줄어드는 세수를 메우려면 국채 발행을 늘릴 수밖에 없다.

시장에선 이런 점을 감안해 10년 만기 국채 금리가 조만간 연 3% 선을 넘을 것이란 관측을 내놓는다. 3%는 2011년 5월 미 경제가 금융위기에서 벗어나기 시작한 뒤 한두 차례 잠시 넘은 수준이다.

미국 금융회사 아카데미증권의 피터 치르 투자전략가는 “연 2.8%는 물론 3% 선까지 치고올라갈 수 있다”고 말했다. ‘채권왕’ 빌 그로스 야누스헨더슨 대표는 “채권시장이 마침내 약세장에 들어갔다”고 선언했다.

증시에 브레이크 걸리나

금리 상승세는 강세를 타고 있는 증시에 부정적 영향을 줄 가능성이 있다. 국채 금리 상승이 회사채 금리 상승으로 이어지면 기업 자금조달 비용은 높아진다. 싸게 자금을 조달해온 기업 실적이 나빠질 가능성이 있다는 얘기다.

기업 실적 호조를 기반으로 상승 행진해온 증시에 부담을 줄 수 있다. 국채 금리가 높을수록 주식, 고위험 채권 등 위험자산 투자 매력은 줄어든다.

월스트리트 금융사 관계자는 “국채 금리가 지나치게 낮아 자산운용에 애로가 많은 연기금들이 부동산 등에 대체 투자를 늘려왔다”며 “금리가 연 2.8%를 넘으면 연기금 자금이 국채 발행시장으로 몰릴 수 있다”고 내다봤다. ‘머니 무브(자금이동)’ 현상이 나타날 가능성이 있다는 설명이다.

10년 만기 미 국채의 연 2.75% 금리 수준은 증시엔 위험 영역이라고 JP모간체이스는 밝혔다. 자산운용사 슈로더는 10년 만기 국채 금리가 연 3%를 넘지 않을 때까지만 증시가 상승세를 탈 수 있다고 주장했다.

골드만삭스의 피터 오펜하이머 주식전략가는 “증시 조정 가능성이 커지고 있다”며 “수개월 안에 10~20% 조정을 경험할 가능성이 있다”고 내다봤다.

뉴욕=김현석 특파원 realist@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