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연금 의결권 행사 전문위원회는 2005년 설치됐다. 계기는 1997년 외환위기로 거슬러 올라간다. 국제통화기금(IMF)이 지원 조건 중 하나로 ‘국민연금을 재정경제원에서 분리하고 기금 운용을 전문화하라’고 권고한 게 배경이다.
외환위기가 낳은 국민연금 의결권 전문위원회
이 권고에 따라 새로 기금관리부처가 된 보건복지부는 1999년 기금이사(기금운용본부장)직을 신설하고 국민연금 기금운용본부를 출범시켰다. 그러면서 국내 채권 일변도인 투자 대상을 주식 및 대체투자로 넓히는 방안을 추진했다. 이 과정에서 자연스럽게 의결권 전문위의 필요성이 제기됐다. 국민연금이 주식 비중을 높이면 의결권을 행사해야 하는 건수도 늘어날 게 뻔했기 때문이었다.

1999년 국민연금 기금운용본부 출범부터 2005년 의결권 전문위 설치까지 6년의 시차가 생긴 건 국민연금의 주식투자 확대가 늦어져서다. 2000년대 초반 벤처 거품이 꺼지고 2002년 가계 신용카드 대출 부실 사태가 터지면서 한동안 주식시장 상황이 좋지 않았던 탓이다.

국민연금의 최고 의결기구인 기금운용위원회가 의결권 전문위 설치를 논의할 자문위원회를 구성한 때는 2005년 5월이었다. 이후 3개월간 논의를 거쳐 기금운용위의 자문기구로 의결권 전문위를 설치하는 방안을 확정했다. 자문위원회는 캐나다와 유럽의 여러 연기금 의결권 전문위를 연구했는데, 캐나다연금투자위원회(CPPIB) 제도를 많이 받아들인 것으로 알려졌다.

최초의 기금운용지침은 합병 및 영업양수도, 사외이사 선임, 이사 및 경영진 보상 등 38개 세부기준으로 구성됐다. 주식의 제3자배정, 지주회사 설립을 위한 기업분할 등이 늘어나는 등 기업 경영활동의 변화를 반영해 지침을 여러 차례 개정하면서 지금은 세부기준이 42가지가 됐다.

의결권행사지침에 따르면 기금운용본부는 찬성 또는 반대하기 곤란한 안건을 의결권 전문위에 넘겨 결정을 요청할 수 있다. 그동안 기금운용본부가 의결권 전문위에 결정을 요청한 사례는 많지 않다. 지난해는 의결권 전문위가 세 차례만 열렸다.

정영효 기자 hug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