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켓인사이트 1월24일 오후 3시15분

[마켓인사이트] 국내 자본의 귀환… 지난해 대형빌딩 거래액 5.2조 중 85% 차지
지난해 매물로 나온 국내 대형 오피스빌딩의 85%를 건설사 연기금 공제회 등 국내 자본이 사들인 것으로 조사됐다. 외국계 투자 비중은 15%로 전년(52%)에 비해 급전직하했다.

24일 글로벌 부동산컨설팅업체 쿠시먼앤드웨이크필드에 따르면 지난해 한국 오피스빌딩 거래 규모(연면적 3만3000㎡ 이상 건물 기준)는 총 5조2000억원으로 집계됐다. 이 중 85%인 4조3700억원어치를 국내 ‘큰손’들이 사들였다.

지난해 가장 큰 상업용 부동산 거래는 국내 운용자산(AUM) 1위 부동산 자산운용사인 이지스자산운용이 매입한 서울 시그니쳐타워(사진)였다. 가격은 7260억원이다. 유안타증권이 NH아문디자산운용을 통해 매입한 을지로 유안타증권 빌딩(2100억원), 교원그룹이 사들인 KEB하나은행 을지로별관(910억원) 등도 주목받은 대형 거래였다.

[마켓인사이트] 국내 자본의 귀환… 지난해 대형빌딩 거래액 5.2조 중 85% 차지
부영그룹은 지난해 초 인천 송도 포스코타워(5000억원)에 이어 삼성화재 서울 을지로 빌딩(4500억원) 매입을 마무리했다. 지난해 말 부영그룹이 KEB하나은행과 본계약을 체결한 을지로 KEB하나은행 본점 빌딩(9000억원)은 2년간 자금 납입을 유예하는 조건에 따라 이번 통계에서 빠졌다. 부영그룹은 임대아파트 등 주거용 부동산에서 상업용 부동산 임대 및 재개발 분야로 사업 영역을 넓히기 위해 도심권 대형 빌딩 투자를 공격적으로 늘리고 있다.

외국계 큰손 비중은 15%로 떨어졌다. 2012년(13%) 이후 최저치다. 2016년에는 총 거래액 9조5000억원 중 52%인 4조9000억원을 외국계 투자자가 차지했다.

외국계 투자자 비중이 축소된 것은 국내 자본의 공격적인 투자에 밀린 결과라는 평가다. 국내 오피스빌딩에 관심이 식은 게 아니라는 얘기다. 장재훈 JLL코리아 대표는 “지난해 블랙스톤 골드만삭스 싱가포르투자청 등 외국계 큰손들이 꾸준히 한국 부동산 입찰에 참여했고, 올 들어서도 관심은 여전하다”고 말했다.

개인 자산가도 공모형 부동산 펀드를 통해 상업용 부동산 시장의 주요 매입 세력으로 떠올랐다. 농협은행 국민은행 신한은행 등 은행 기반의 금융그룹 계열사들이 국내 부동산 블라인드펀드(투자처를 정하기 전에 자금을 모은 펀드)를 통해 대형 매물 입찰에 참여했다. 보험사와 증권사에서 관리하는 퇴직연금 계정과 주택도시기금 등 정부 기금이 대체투자에 나선 것도 지난해 오피스빌딩 시장에 활기를 불어넣은 요인으로 꼽힌다.

장 대표는 “프라이빗뱅킹(PB)센터 등 다양한 성격의 자금이 증권사 창구로 들어온 데다 국내 부동산 운용사 설립 방식이 등록제로 바뀌면서 전체적인 시장 외형이 커지고 있다”고 설명했다.

올해도 상업용 부동산 시장에서 토종 자본의 우위가 이어질 가능성이 높다는 게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지난해 말 인수 우선협상대상자를 선정한 경기 성남 판교 알파돔시티 6-3, 6-4 빌딩과 서울 광화문 더케이트윈타워는 각각 미래에셋자산운용, 신한리츠운용, 삼성SRA자산운용이 따냈다. 이들 거래 규모만 1조7000억원에 이른다.

김대훈/선한결 기자 daepu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