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에서] 현실과 동떨어진 코넥스→코스닥 이전 규정
코스닥시장으로 이전 상장을 추진 중인 코넥스 상장사 엔지켐생명과학과 오스테오닉이 금융위원회 규정(증권의 발행 및 공시 등에 관한 규정)을 맞추기 위해 공모가 재산정 작업에 들어가는 일이 연이어 발생했다. 이 규정은 ‘일반 청약일 3~5일 전 코넥스 주가 평균의 70% 이상으로 공모가를 결정해야 한다’는 내용이다.

코넥스 기업이 코스닥으로 처음 옮겨간 2014년 한때 지켜졌던 이 규정은 이후 금융당국이 특별히 문제 삼지 않아 사실상 사문화됐다는 평가를 받았다. 그러다가 이번 엔지켐생명과학의 이전 상장 과정에서 다시 문제가 됐다.

금융당국은 증권업계에 앞으로는 이 규정을 엄격하게 지키라는 지침을 전달했다. 코넥스 기업에만 예외를 둘 수 없다는 이유에서다. 이와 관련, 시장에선 코넥스 기업의 코스닥 이전상장 길이 막히거나 일부 부도덕한 기업의 ‘공모가 부풀리기’에 악용될 여지가 있다며 우려를 제기하고 있다.

“공모가 산정의 엄격한 잣대로 삼을 만큼 코넥스 주가의 신뢰도가 높지 않다”는 게 시장이 금융당국의 지침에 우려를 표하는 핵심 이유다. 코넥스시장은 전체 상장 종목(154개)의 54개(35.06%)가 지난 23일 하루 기준으로 총 10주가 채 거래되지 않을 정도로 거래량이 적다.

이런 상황에서 예를 들어 현재 주가가 1만원인 코넥스 상장사의 수요예측(사전청약)에 들어온 기관투자가 절대다수가 “이 회사의 적정 공모가는 5000원”이라는 의견을 내도 공모가는 주가의 70%인 7000원이라는 ‘마지노선’을 지켜야 한다. 한 증권사의 기업공개(IPO)담당 임원은 “코넥스 시장에서 형성된 가격보다 현저히 낮은 가격을 시장이 원할 경우 대규모 미달 사태를 감수하면서 밀어붙이든지 상장을 포기해야 하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일각에서는 “이전상장을 앞둔 기업이 적은 거래량으로 주가를 띄운 다음 공모가를 부풀려 투자자들에게 피해를 끼치는 사례가 나올 수 있다”는 우려도 제기하고 있다. 업계에서는 “일정 수준 이상의 거래량이나 거래대금 요건을 갖춘 경우 등에 한해 규정을 적용해야 한다”는 의견이 나온다.

정부의 코스닥 활성화 정책에 맞춰 올해부터 코스닥시장으로 이전상장을 시도하는 코넥스 기업 수가 급증할 것이란 전망이 많다. 정책에 발을 맞추는 차원에서라도 금융당국은 시장이 제기하는 문제를 고민해볼 필요가 있다.

이고운 증권부 기자 ccat@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