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스닥 직상장 문턱 낮아지자 '우회상장 통로' 스팩 외면
상장폐지·청약 미달 잇따라
마켓인사이트 1월19일 오전6시15분

연초부터 스팩(SPAC·기업인수목적회사)이 줄줄이 상장폐지 위기에 놓이거나 청약 미달 사태가 벌어지는 등 된서리를 맞고 있다. 코스닥시장 활성화 정책으로 코스닥 직(直)상장 문턱이 낮아질 것으로 예상돼 기업들이 우회상장 통로인 스팩을 외면하고 있다. 주식 시장 강세로 투자자의 관심도도 떨어지고 있어 올해 스팩 시장은 더욱 움츠러들 전망이다.

[마켓인사이트] 코스닥 활성화 대책에 역풍 맞은 스팩시장

19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하나금융11호스팩은 지난 16일 거래소 코스닥시장본부에 철회 신고서를 제출하고 상장 일정을 미루기로 했다. 기관투자가를 대상으로 11~12일 수요예측(사전청약)을 시행했으나 반응이 좋지 않았기 때문이다.

최근 상장한 스팩 두 곳도 미달을 간신히 면하는 수준의 수요예측 경쟁률을 냈다. 지난해 12월 상장한 한국제6호스팩의 수요예측 경쟁률은 1.26 대 1, 동부스팩5호는 1.11 대 1에 그쳤다. 일반 투자자의 반응도 냉담했다. 동부스팩5호는 일반 청약에서 실권주가 발생해 주관사가 떠안았다. 두 스팩 모두 현재 주가가 공모가(2000원) 아래다.

스팩과 합병하기로 했다가 거래소의 심사 문턱에서 좌절하는 사례도 크게 늘어나고 있다. 지난해 거래소에 합병상장을 위한 예비심사를 청구한 스팩 26곳 중 11곳(42.3%)이 심사에서 승인받지 못하거나 자진 철회하는 고배를 마셨다. 거래소 심사 문턱을 통과한 경우는 절반(13곳)에 그쳤다. 2곳은 아직 심사가 이뤄지고 있다.

스팩의 합병상장 예비심사 통과율은 2016년 80%에 육박했지만 1년 만에 ‘반토막’난 셈이다. 업계에서는 지난해 스팩들이 상장폐지를 피하기 위해 피합병 대상 기업가치를 과다 산정하는 등 무리한 짝짓기에 나선 여파라고 분석했다.

짝짓기에 실패한 스팩은 연초부터 줄줄이 상장폐지 위기에 놓였다. 올 들어 한화에이스스팩2호, 유안타제2호스팩 등이 상장 예비심사 청구서를 제출하지 못해 관리종목으로 지정됐다. NH스팩 7호는 이달 상장폐지됐다. 리얼야구존과 합병에 실패한 미래에셋제3호스팩은 올초, 메디오젠과 짝짓기에 실패한 대우스팩3호는 지난해 말 상장폐지됐다. 스팩은 납입일로부터 3년 안에 합병등기를 마치지 못하면 해산해야 한다. 거래소는 해당 스팩을 관리종목으로 지정한 뒤 상장폐지한다.

투자은행(IB) 업계는 스팩 시장이 상당 기간 고전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투자 수요가 고수익을 기대할 수 있는 코스닥 등 증시로 몰리면서 스팩 인기가 급격히 떨어졌다”고 말했다.

정부가 추진 중인 코스닥 활성화 대책도 스팩시장엔 악재다. 코스닥 상장이 쉬워지면 기업이 스팩을 통해 우회상장하기보다 직상장하는 방법을 선택할 가능성이 높아졌기 때문이다. IB업계 관계자는 “스팩은 수요예측 등 까다로운 공모 절차를 거치지 않아 중소기업이 선호해왔다”며 “코스닥 직상장이 쉬워진다면 굳이 스팩을 통할 이유가 없을 것”이라고 했다.

금융위원회는 계속사업이익과 자본잠식 관련 조건을 없애고 시가총액과 자기자본, 세전이익 중 한 가지만 충족해도 상장 청구할 수 있도록 올 상반기 코스닥시장 상장규정을 개정할 예정이다.

이고운/하수정 기자 ccat@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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