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은행 건물 전경. 한국경제DB
한국은행 건물 전경. 한국경제DB
한국은행이 새해 첫 금융통화위원회 회의를 열고 기준금리를 동결했다. 물가와 경기, 가계부채 상황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했을 때 작년 11월에 이어 두 번 연속 금리를 조정할 필요성이 낮다는 점이 작용했다.

한은 금통위는 18일 전체회의를 열고 기준금리를 현행 연 1.50% 수준에서 유지하기로 했다. 한은은 지난해 11월30일 열린 직전 금통위에서 6년5개월 만에 금리를 0.25%포인트 인상한 바 있다.

시장에서는 이달 한은이 기준금리를 동결할 것으로 예상해왔다. 과거에 잇따라 금리를 올린 경우는 거의 없다는 점이 근거다. 또 지난 금통위에서 금리 인상이 만장일치 결정이 아니었던 만큼 추가 금리인상 동력은 크지 않다고 봤다.

전병하 이베스트투자증권 연구원은 차기 금리인상의 전제조건으로 가장 중요한 요인은 '물가'가 될 것이라고 판단했다.

전 연구원은 "지난 회의 의사록을 살펴보면 금리인상 이후에는 물가경로에 초점을 맞추고 실제 지표 변화 및 경기동향을 살펴보자는 스탠스를 보였다"고 말했다.

이어 "11월 금통위 이후 발표된 경제지표들을 살펴보면 소비자물가는 1.3%까지 하락했다가 소폭 반등한 1.5% 수준을 보이고 있다"며 "올해 한은 물가 전망치도 1.8%에 불과하기 때문에 향후 물가 수준이 크게 올라가긴 어려워 보인다"고 설명했다.

이주열 한은 총재 역시 추가 금리인상은 신중히 하겠다고 거듭 밝혀왔다. 이달 초 이 총재는 "추가 금리인상은 '데이터 디펜던트(Data Dependant·경제지표 의존)'에 따라 경기 지표와 상황이 뒷받침되면 하는 것"이라며 "금통위원들이 물가를 많이 우려했기 때문에 신중히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높은 가계부채 수준도 금리인상의 부담 요인이다. 가계부채는 이미 1400조원을 돌파했다. 지난 금통위에서 한 금통위원은 "금리인상 후에는 앞으로의 경기 및 물가 동향과 가계부채 등 금융안정 상황에 대해 시간을 갖고 면밀히 점검해야 한다"고 언급한 것으로 알려졌다.

다만 올해 미국이 2~3차례 추가 금리인상을 단행할 것으로 예상되는 점은 국내 금리인상 속도에도 영향을 줄 것으로 보인다.

현재 미국 기준금리는 1.25~1.50%로 상단이 우리나라 현행 금리 수준과 같다. 이 상태에서 미국이 금리인상을 단행한다면 한·미 간 금리역전이 되는 만큼 한은의 금리인상 속도 조절은 불가피하다. 금리차가 역전되면 국내 금융시장에서 미국으로 외국인 투자자금이 이탈할 가능성이 높다.

한편 한은은 이날 금리 결정과 함께 올해 경제성장률 전망치도 함께 발표한다. 한은이 작년 10월 제시한 성장률 연 2.9%를 수정해서 2년 연속 3%대 성장을 전망할 지에 대해 시장의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이미선 하나금융투자 연구원은 "지난 3분기 국내경제는 전분기 대비 1.5% 성장해 7년래 최고치를 기록했고 지난해 10월 한은 전망 당시에는 이 부분이 반영되지 않았다"며 "올해 성장률은 기존 2.9%에서 3.1% 내외로 상향될 것으로 본다"고 분석했다.

안혜원 한경닷컴 기자 anhw@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