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상선 주주들이 발을 동동 구르고 있다. 회사가 6000억원에 이르는 공모 유상증자를 마무리한 지 보름여 만에 돌연 배임 혐의로 매매거래가 정지됐기 때문이다. 한국거래소는 상장폐지 여부를 검토하고 있고, 금융당국은 사태 파악에 나섰다.

17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금융감독원은 현대상선이 지난해 말 주주배정 후 실권주 일반공모 유상증자 과정에서 제출한 증권신고서에 중대 정보를 누락했는지 등을 따져보고 있다. 투자자 보호를 위한 증권신고서에 이번 배임 혐의와 관련된 현대로지스틱스(현 롯데글로벌로지스) 계약 내용이 전혀 기재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현대상선은 지난 15일 “2014년 현대로지스틱스를 매각하는 과정에서 일방적으로 불리한 구조로 짜인 계약으로 손실을 입었다”며 현정은 현대그룹 회장 등을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 위반(배임) 혐의로 서울중앙지방검찰청에 고소했다.

현 회장 등이 현대로지스틱스 매각 가격을 높이기 위해 현대상선으로 하여금 단독으로 후순위 투자(1094억원)와 영업이익을 보장(연 162억원)하는 계약을 체결하도록 지시했다는 게 현대상선의 주장이다. 현대상선 경영권은 채권단 출자전환을 통해 2016년 산업은행에 넘어갔다.

이번 배임 혐의 규모는 1949억원으로 자기자본의 11.58%에 이른다. 금감원 관계자는 “배임 관련 내용이 증권신고서에 누락된 배경과 사실관계, 고의 여부 등을 따져본 뒤 조치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현대상선 관계자는 “증권신고서 절차가 마무리된 지난해 12월14일 롯데글로벌로지스의 민사소송 제기 사실을 접할 때까지 불리한 계약 구조를 제대로 알지 못했다”고 해명했다.

거래소의 거래정지 조치도 늦었다. 현대상선이 15일 오후 보도자료를 배포했지만 거래소는 16일 장중 거래를 정지시키고, 상장적격성 실질심사 절차를 가동했다. 거래소 관계자는 “회사에서 배임 혐의 금액을 늦게 확인해줘 개장 전 거래정지 조치를 하지 못했다”며 “혐의 금액이 자기자본의 2.5%를 넘은 만큼 15일 안에 실질심사 대상에 해당하는지 판단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현대상선 주가는 4620원으로 신주 발행가(5000원)를 밑돌고 있다. 증자 실권주 물량을 떠안은 KB증권(8.82%) 한국투자증권(7.48%) 등은 적잖은 평가손실을 보게 됐다.

조진형 기자 u2@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