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9월 코스닥시장에 상장한 '펄어비스'. / 사진=한경 DB
지난해 9월 코스닥시장에 상장한 '펄어비스'. / 사진=한경 DB
"바이오 다음은 게임이다."

코스닥시장이 모처럼 활기를 띄면서 게임주(株)가 상승 랠리를 이어받을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게임주는 한때 바이오와 함께 코스닥지수를 이끌며 주도주 명성을 얻기도 했다. 최근 바이오에 밀려 상대적으로 빛을 보지 못했지만 코스닥 랠리에 올라탈 다음 주자로 주목을 받는 이유다.

코스닥지수가 16년 만에 900 고지를 돌파한 지난 16일 코스닥 게임 대장주 펄어비스는 6% 가까이 급등하며 이같은 기대감에 부응했다.

그러나 다른 게임주 실상을 들여다보면 얘기가 달라진다. 같은날 종가 기준으로 코스닥시장에 상장된 게임 종목 27개 중 올 들어 주가가 오른 종목은 15개다. 나머지 12개 종목은 상승장에서 오히려 주가가 떨어졌다.

게임빌·웹젠 20% 이상 급락…가상화폐 착시현상도

시장과 상반된 분위기의 게임주가 적지 않은 셈이다. 게임빌과 선데이토즈는 새해 첫 신작을 선보이고 주가가 급락세다. 올 들어 각각 25%, 14% 하락했다. 웹젠은 이달초 중국에서 자사 뮤(MU) 지적재산권(IP) 기반의 기대작 '기적: 각성'이 출시됐지만 주가는 22% 떨어졌다.

통상 게임주는 게임 출시후 신작 모멘텀(상승동력)이 소멸되면서 주가가 하락하는 경향이 있다. 게임의 초반 흥행 성적이 기대에 못 미치거나 실적이 뒷받침되지 못할 경우 주가 반등에 어려움을 겪는다.

17일 업계에 따르면 이달 게임빌은 다중접속역할수행게임(MMORPG) '로열블러드'를, 선데이토즈는 퍼즐게임 '위 베어 베어스 더퍼즐'을 출시했다. 신작 출시가 부진했던 양사에 구원투수로 기대를 모으고 있지만, 실적이 발목을 잡고 있는 상황이다. 게임빌은 지난해 전년 대비 적자전환이 불가피해 보인다. 선데이토즈 영업이익은 약 10% 감소할 것이라는 게 증권가 전망이다.

웹젠은 중국에서 기적: 각성이 초반 흥행에 성공했지만, 매출순위가 워낙 높았던 기대치엔 못 미쳤다는 분석이다. 지난해 영업이익 역시 전년보다 20% 넘게 줄어들 것으로 예상된다.

이같은 사정에도 게임주가 활황처럼 보인 데에는 '가상화폐 테마'에 의한 착시 현상도 있다. 최근 상승한 종목 중에서는 가상화폐 테마주에 엮인 중소형 게임사들도 더러 있다. 엠게임, 한빛소프트, 파티게임즈는 가상화폐 시세나 규제 이슈에 따라 주가가 널뛰기 중이다.

물론 신작 모멘텀이나 성장성을 앞세워 높은 주가 상승률을 보이는 종목도 있다. 썸에이지는 올 들어 주가가 78% 수직상승했다. 신작 모바일 역할수행게임(RPG) 'DC 언체인드'가 비공개 테스트(CBT)에서 호평을 받아 상승재료가 된 것으로 풀이된다.

이 외에도 신작 출시를 앞둔 액션스퀘어와 펄어비스가 각각 41%, 6% 상승했다. 액션스퀘어는 인기 모바일게임 '블레이드'의 후속작 '블레이드2'를 올 1분기 중 선보일 예정이다. 펄어비스의 기대작 '검은사막 모바일'은 다음달 서비스를 시작한다.
썸에이지가 개발한 모바일게임 'DC 언체인드'의 배트맨 패밀리. / 사진=네시삼십삼분 제공
썸에이지가 개발한 모바일게임 'DC 언체인드'의 배트맨 패밀리. / 사진=네시삼십삼분 제공
◆코스닥 게임株 시총 양극화도 심화

코스닥시장에서도 게임주 양극화는 심화되고 있다. 전날 종가 기준 시가총액이 1조원이 넘는 '공룡 게임주'는 3개다. 펄어비스는 지난해 9월 시가총액 1조1900억원으로 코스닥에 입성해 4개월 만에 3조1700억원까지 몸집을 키웠다.

기존 코스닥 게임 대장주였던 컴투스는 시총 1조7300억원을 기록 중이며, 웹젠이 1조700억원으로 뒤를 잇고 있다. 더블유게임즈도 시총 1조 회복까지 700억원 정도 남겨둔 상황이다.

반면 시총이 1000억원이 채 되지 않는 종목도 4곳이나 된다. 신스타임즈(480억원), 드래곤플라이(610억원), 엔터메이트(790억원), 엠게임(930억원) 등이다.

장원열 신영증권 연구원은 "코스닥 게임주는 글로벌 성공 가능성과 기존 흥행작이 있는 저평가 기업이 투자 포인트"라며 "북미 시장에 영향력 있는 IP '검은사막'과 '서머너즈워'를 보유한 펄어비스, 컴투스의 매력도가 높다"고 말했다.

박희진 한경닷컴 기자 hotimpact@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