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스닥지수가 약 16년 만에 900선을 돌파한 16일 서울 여의도 한국거래소에서 직원들이 코스닥 시세판에서 종가를 확인하고 있다.  /김영우 기자 youngwoo@hankyung.com
코스닥지수가 약 16년 만에 900선을 돌파한 16일 서울 여의도 한국거래소에서 직원들이 코스닥 시세판에서 종가를 확인하고 있다. /김영우 기자 youngwoo@hankyung.com
연초 눈부신 상승세를 보이고 있는 코스닥지수가 16년 만에 900선을 넘어섰다. 지수가 워낙 가파르게 오르자 일각에선 고평가 논란도 나온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코스닥시장은 글로벌 주요 기술주 시장에 비해 여전히 저평가 상태”라고 진단한다. 바이오주가 조정에 들어가더라도 정보기술(IT), 엔터테인먼트, 게임주 등 ‘상승 바통’을 이어받을 업종이 많은 데다 외국인 자금도 유입되고 있어 “추가상승 가능성이 높다”는 쪽으로 무게중심이 기울고 있다.

◆“아직 비싸지 않다”

16일 코스닥지수는 9.62포인트(1.08%) 오른 901.23으로 마감했다. 코스닥지수가 종가 기준으로 900선을 넘어선 건 2002년 3월29일 이후 약 16년 만이다. 코스닥시장의 상승률은 세계 주요 기술주 시장 중 가장 높다. 전날 기준으로 최근 석 달 새 34.5% 올랐다. 같은 기간 미국 나스닥(9.9%), 일본 자스닥(14.0%)의 상승률을 크게 웃돌았다. 중국 차이네스트는 10.0% 하락했다. 증권업계 관계자는 “세계 기술주 시장 중에 코스닥보다 많이 오른 곳은 없다고 봐도 된다”고 설명했다.

이처럼 코스닥지수가 빠르게 오르자 과열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그러나 밸류에이션(실적 대비 주가수준)상 과열로 보기 어렵다는 게 대체적인 시각이다. 올해 실적전망치를 기준으로 본 코스닥시장의 주가수익비율(PER·주가/주당순이익)은 21.8배다. 미국 나스닥(22.9배), 중국 차이네스트(23.1배)에 비해 싸다. 일본 자스닥(20.9배)과는 비슷한 수준이다.

셀트리온 신라젠 등 최근 급등한 바이오주를 제외하면 PER이 확 떨어진다. 정성한 신한BNP파리바자산운용 주식운용실장은 “코스닥 시가총액의 약 40%를 차지하는 바이오주를 제외하면 코스닥의 PER은 12배로 낮아진다”며 “당장 다음달 셀트리온이 유가증권시장으로 이전 상장하면 18배로 떨어질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코스닥시장 내 반도체 장비주와 엔터테인먼트, 게임주 등은 여전히 글로벌 경쟁사에 비해 저평가 상태”라고 덧붙였다.

이날 코스닥지수 900선 돌파도 비(非)바이오주들이 이끌었다. 셀트리온(-0.74%) 셀트리온헬스케어(-1.37%) 신라젠(-0.96%) 등 주요 바이오주는 하락했지만, 테스(6.94%) 에스에프에이(4.57%) 등 반도체 장비주와 펄어비스(5.88%) 컴투스(2.27%) 스튜디오드래곤(3.44%) 등 게임·엔터주들이 강세를 보였다. 전경대 맥쿼리투신운용 액티브운용팀장은 “정부의 4차 산업혁명 육성 의지와 한·중 관계 개선 등을 고려하면 앞으로 바이오주에 비해 덜 오른 우량주들이 강세를 보일 가능성이 크다”고 전망했다.

◆외국인 비중 10년 만에 최대

코스닥시장에서 외국인 투자자들의 보유 비중도 10년 만에 최대치를 찍었다. 전날 기준으로 외국인 투자자가 코스닥시장에서 보유한 주식의 시가총액이 전체 시총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14.54%다. 2008년 6월18일(14.56%) 이후 최대다. 외국인 보유 비중은 1년 전만 해도 10.31%에 머물렀다.

비중은 10년 전과 비슷하지만, 외국인이 보유한 주식 시총 규모(45조9300억원)는 2008년 6월18일(12조9407억원)의 3배가 넘는다. 새로운 상장기업이 잇따라 등장했고, 바이오 IT주 강세가 두드러지면서 시장이 커졌다. 코스닥시장의 전체 시총은 같은 기간 88조8721억원에서 315조9803억원으로 불어났다.

유가증권시장(외국인 비중 36.86%)에 비해 외국인 투자비중이 작은 만큼 외국인 자금이 추가로 유입되면 상승궤적이 더욱 가팔라질 것이란 분석이 나온다. 임상국 KB증권 종목분석팀장은 “뛰어난 기술력과 높은 성장성을 갖춘 기업이 많고, 올해 실적개선 기대가 커 외국인들의 관심은 이어질 것”이라고 말했다.

최만수/윤정현 기자 bebop@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