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EF끼리 기업 사고파는 '세컨더리' 시장 커질 것"
“사모펀드(PEF)들이 투자 회수(exit)를 위해 내놓는 매물을 사들이는 이른바 ‘세컨더리’ PEF 시장이 크게 성장할 전망입니다.”

남동규 LB프라이빗에쿼티(PE) 대표(사진)는 “2010년부터 2016년까지 7년간 국내 경영참여형 PEF들의 총 투자 규모는 55조원에 달한 반면 같은 기간 회수 규모는 27조원에 불과했다”며 이렇게 말했다. “PEF들이 팔아야 하는 자산은 빠르게 늘어나는데 국내 전략적 투자자(SI), 즉 기업들은 저성장 기조와 사업 구조조정 등으로 투자 여력이 떨어지고 있어 기업 인수합병(M&A) 시장에서 세컨더리 PEF의 역할이 커질 것”이라는 설명이다.

남 대표는 “해외에서는 PEF들이 세컨더리 시장을 통해 투자를 회수하는 비율이 30%에 달하는데, 국내에서는 그 비율이 14%에 불과하다”고 덧붙였다. 그만큼 시장이 성장할 여지가 크다는 뜻이다.

LB PE는 구인회 LG그룹 창업주의 손자인 구본천 대표가 이끄는 벤처캐피털(VC) 운용사 LB인베스트먼트에서 지난해 말 분사했다. 우리투자증권(현 NH투자증권) PE본부장을 지내다 2013년 LB인베스트먼트 PE부문 대표로 합류한 남 대표가 새 법인 운영을 총괄하고 있다. 지난해 7월 1210억원 규모로 조성한 세컨더리 바이아웃(경영권 매매) 펀드를 시작으로 세컨더리 투자에 강점을 가진 PEF 운용사로 성장시킨다는 계획이다.

이 펀드는 이미 아이돌그룹 ‘방탄소년단’ 소속사인 빅히트엔터테인먼트의 보통주와 상환전환우선주(RCPS) 189억원어치를 창업투자회사인 SV인베스트먼트로부터 지난해 9월 사들였다. 12월에는 PEF인 비엠홀딩스가 보유하던 2차전지 소재 제조사 에코프로비엠 보통주 210억원어치를 인수하기도 했다.

LB PE는 세컨더리 투자 중에서도 경영권을 인수해 기업 가치를 끌어올린 뒤 되파는 바이아웃 투자에 집중할 계획이다. 남 대표는 “국내에 200여 개 PEF 운용사가 400개가 넘는 펀드를 운용하고 있지만 기업 가치를 제고할 능력을 갖춘 운용사는 몇 안 된다”며 “다른 운용사들이 제대로 경영하지 못한 기업을 인수해 가치를 끌어올리는 것이 LB PE의 주요 투자 전략”이라고 설명했다.

바이아웃 경험도 쌓았다. 커피머신, 제빙기 등 해외 고급 업소용 주방기기를 수입·판매하는 오진양행 지분 100%를 2015년 11월 400억원에 인수했다. 그는 “경영권을 인수한 후 주주 중심의 이사회를 구성하고 성과 보상 시스템을 구축했더니 인수 첫해인 2016년 매출이 30% 늘었다”며 “작지만 탄탄한 회사들을 인수해 시스템만 잘 갖춰주면 충분히 성장시킬 수 있다는 자신감을 갖게 됐다”고 말했다.

유창재 기자 yoocool@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