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3분기까지 매 분기 사상 최대 실적을 경신한 유가증권시장 상장사들이 지난해 4분기에도 최대 실적을 거뒀을 것이란 분석이 나왔다. 시장 전문가들은 다음주부터 시작될 4분기 실적 발표 기간(어닝 시즌)이 올해 코스피지수의 향방을 가를 첫 변수가 될 것으로 보고 있다. 시장 예상치에 부합하는 실적이 나오면 실적을 둘러싼 불확실성이 해소돼 주가가 뛰어오를 가능성이 크다는 전망이 나온다.

상장사 4분기 영업이익 49조 달한 듯… '실적 안개' 걷힌다
5일 금융정보업체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지난해 4분기 실적 추정치가 있는 유가증권시장 상장사 262개사의 영업이익은 48조9772억원에 달한 것으로 추정됐다. 분기 기준 사상 최대치였던 지난해 3분기 영업이익(48조7518억원)보다 많다. 전년 동기와 비교해서는 55.9% 늘어난 수치다. 이 추정대로라면 유가증권시장 상장사들은 지난해 매 분기 사상 최대 실적 기록을 갈아치운 셈이 된다.

전년 동기와 비교해 작년 4분기 실적 개선세가 가장 뚜렷한 업종은 건설 증권 게임 반도체 등이었다. 건설업종으로 분류된 13개사의 지난해 4분기 영업이익은 전년 동기에 비해 1993.8% 급증한 것으로 추정됐다. 대우건설, 삼성엔지니어링 등 대규모 영업손실을 낸 기업들이 흑자로 돌아서면서 실적이 눈에 띄게 개선됐을 것으로 분석됐다. 같은 기간 증권업종의 영업이익이 921.5% 늘어난 것으로 추정됐다. 합병 비용 때문에 2016년 4분기에 영업손실을 낸 미래에셋대우가 흑자전환하고, 삼성증권 NH투자증권 등 주요 증권사도 주식시장 호황으로 영업이익이 각각 332.1%, 102.8% 늘어난 것으로 파악됐다.

지난해 주식시장 상승세를 이끈 반도체 기업의 실적도 여전히 증가세를 이어간 것으로 분석됐다. 삼성전자(지난해 4분기 영업이익 증가율 72.4%) SK하이닉스(180.4%) 등의 영업이익 증가율 추정치가 돋보였다. NHN엔터테인먼트(153.2%) 엔씨소프트(120.3%) 등 주요 게임주의 실적도 크게 좋아진 것으로 추정됐다.

사상 최대 실적을 경신하고 있지만 실적 추정치가 조금씩 낮아지고 있는 점은 부담이다. 지난해 11월에는 유가증권시장 상장사들의 4분기 영업이익 전망치가 49조992억원으로 최근 추정치보다 소폭 높았다. 일각에서는 작년 4분기 실적이 당초 기대치에 미치지 못했을 것이란 우려도 나온다. 원화강세가 이어지면서 국내 수출기업들의 실적이 발목 잡혔을 것이란 판단에서다.

나수지 기자 suji@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