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기사는 01월 03일 11:09 자본 시장의 혜안 “마켓인사이트”에 게재된 기사입니다.



서울 용산구 유엔사 부지 매입에 약 1조원을 베팅한 일레븐건설이 본격적인 자금조달에 돌입했다. 1차 중도금을 마련하기 위해 대출채권을 유동화해 국내 기관투자가들로부터 1700억원가량을 마련했다. 대출한도를 5000억원가량 설정해놓은 것을 고려하면 당분간 차입을 크게 늘릴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3일 투자은행(IB)업계에 따르면 일레븐건설이 세운 특수목적회사(SPC)인 ‘용산일레븐’은 이날 SPC(용산프로젝트제일차)를 통해 약 1700억원어치 자산유동화증권(ABS)를 발행했다. 1년1개월 만기 1580억원어치와 1년7개월 만기 120억원어치로 나눠 발행했다. 메리츠종금증권과 KB증권이 발행 주관을 맡았다.

ABS의 기초자산은 용산일레븐이 이날 용산프로젝트제일차로부터 대출한 1700억원이다. 1580억원의 만기는 내년 2월 말, 120억원의 만기는 내년 8월 말에 도래한다. 용산일레븐은 이번에 조달한 자금을 유엔사 부지 매입 1차 중도금과 취득세를 납부하는데 사용할 예정이다.

SPC의 모회사인 일레븐건설은 지난해 6월 유엔사 부지 인수전에서 1조552억원에 달하는 매입금액을 제시해 낙찰됐다. 이 회사는 다음달인 7월 계약금 1055억원을 한국토지주택공사(LH)에 납부했고, 나머지 매입금액 약 9500억원은 인수자 지위를 넘긴 용산일레븐을 통해 내년 1월까지 세 차례에 걸쳐 분할납부하기로 했다. 2차 중도금 3000억원은 오는 7월, 3차 중도금 4500억원은 내년 1월 지급해야 한다.

용산일레븐은 이번 ABS를 발행하는 과정에서 용산프로젝트로부터 약 5000억원의 대출한도를 설정했다. ABS 발행을 통해 조달한 1700억원 외에도 추가로 3300억원을 차입할 여지를 남겨둔 셈이다. IB업계는 일레븐건설의 현금 및 현금성자산(2016년 말 기준)이 779억원에 불과한 것을 고려하면 지속적으로 금융시장에서 자금을 조달할 가능성이 높다고 보고 있다.

일레븐건설은 유엔사 부지를 고급 복합주택단지로 개발할 계획이다. 이 회사가 사들일 부지 면적은 총 5만1753㎡로 이 중 공원, 녹지, 도로 등 무상 공급 면적을 제외한 4만4935㎡를 개발할 수 있다. 일레븐건설은 이곳에 전용면적 85㎡를 초과하는 규모로 600여 가구의 주택을 짓는 것을 검토하고 있다.

건설업계에선 그동안 아파트 분양사업을 통해 중견 건설사 반열에 오른 일레븐건설이 한 단계 더 도약하기 위해 ‘승부수’를 던졌다고 보고 있다. 1991년 도서 ‘세일즈맨’이었던 엄석오 회장이 설립한 일레븐건설은 25년 만에 매출 2235억원, 영업이익 408억원(2016년 말 기준)을 내는 건설사로 거듭났다.

다만 유엔사 부지 매입 및 개발에 대규모 자금이 투입되는 것을 고려하면 당분간 차입금 증가에 따른 재무구조 악화가 불가피할 전망이다. 이 회사의 2016년 말 기준 총 차입금은 5473억원이다. 모두 1년 내로 갚아야하는 단기 차입금이다.

김진성 기자 jskim1028@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