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스닥시장을 억누르고 있던 수급 악재가 해소되면서 27일 코스닥지수가 4% 가까이 급등했다.
수급·실적·정책 '3박자'… 코스닥 단숨에 791
주식 양도소득세를 내야 하는 ‘대주주 요건’이 내년부터 강화되는 걸 앞두고 코스닥시장에선 최근 개인들의 매도 물량이 쏟아져나왔다. 하지만 주식양도세 부과 기준 확정일(26일)이 지나자마자 개인투자자들이 전격 귀환했다. 배당락(배당을 받을 권리가 사라지는 것을 뜻하는 용어)일을 맞아 약세를 보일 것으로 예상됐던 코스피지수도 상승 마감했다.

◆코스닥으로 돌아온 개인

이날 코스닥지수는 29.74포인트(3.90%) 오른 791.95로 마감했다. 작년 11월10일 (3.92%) 이후 1년1개월 만의 최고 상승률이다. 지난달 23일 796.80(종가)까지 올랐던 코스닥지수는 이후 조정국면에 접어들어 지난 21일엔 740.32까지 내려앉았다. 그러나 22일부터 3거래일 연속 상승하며 단숨에 790선을 되찾았다.

수급 측면에선 이날 상승세를 외국인과 개인들이 이끌었다. 외국인은 946억원, 개인은 354억원어치를 순매수했다. 지난 2주간 코스닥시장에서 개인은 1조8539억원어치를 내다팔았다. 주식양도세 기준이 강화되기 전 보유 주식을 처분하려는 ‘큰손’들이 ‘팔자’에 나선 게 핵심요인으로 꼽힌다.

업종 가운데엔 바이오업종이 강세를 보였다. 코스닥시장 시가총액 상위권 바이오주들이 대거 반등했다. 시가총액 1위 셀트리온은 2만8800원(15.06%) 오른 22만원에 장을 마쳤다. 셀트리온헬스케어(9.57%) 신라젠(7.22%) 티슈진(9.39%) 등도 큰 폭으로 오르며 지수를 끌어올렸다.

코스피지수도 상승 마감했다. 하락세로 출발한 코스피지수는 오후 2시15분께 상승 반전에 성공했다. 이후 조금씩 상승폭을 키워 9.33포인트(0.38%) 오른 2436.67에 마감했다. “12월 결산법인의 배당락일임을 감안해 추산해보면 코스피지수는 44.27포인트(1.85%) 상승한 셈이란 분석이 가능하다”는 게 전문가들의 설명이다. 작년 배당락일(12월28일)에 코스피지수는 0.87% 하락했다.

◆다시 커지는 기대감

전문가들은 “연말이 돼서야 뒤늦게 달아오른 코스닥시장이 내년 초에도 상승세를 이어갈 것”으로 내다봤다. “꼬였던 수급이 풀린 가운데 정책과 실적 개선에 대한 기대까지 더해졌다”는 게 이렇게 전망하는 근거다. 정부는 이날 ‘2018년 경제정책방향’을 발표하면서 코스닥시장 활성화 의지를 강하게 내비쳤다. 내년 1월엔 보다 구체적인 코스닥시장 활성화 대책을 내놓을 예정이다.

내년 코스닥 상장사들의 실적 개선세는 올해보다 가파를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금융정보업체 와이즈에프엔에 따르면 내년 1분기 컨센서스(증권사 전망치 평균)가 있는 94개 코스닥 상장사의 영업이익 컨센서스는 총 1조4541억원으로, 올해 1분기보다 52.80% 늘어날 것으로 전망된다.

코스닥시장 핵심 업종인 바이오주 상승세도 당분간 이어질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정다이 메리츠종금증권 연구원은 “내년 상반기에 주요 바이오 기업들의 임상 결과들이 줄줄이 예정돼 있다”며 “코스닥시장 전체의 상승요인으로 작용할 것”이라고 말했다.

전통적으로 코스닥시장이 ‘연말 약세→연초 강세’ 흐름을 보였다는 점도 기대를 키우고 있다. 서상영 키움증권 연구원은 “코스닥 종목들의 실적과 수급이 양호한 데다 내년은 정부 정책 기대까지 더해져 코스닥지수 상승폭이 클 것”이라고 내다봤다.

내년 초엔 코스피지수도 동반 상승할 가능성이 높다는 게 전문가들의 견해다. 서정훈 삼성증권 연구원은 “올해 실적 전망치를 기준으로 한 유가증권시장 상장사의 주가수익비율(PER·주가/주당순이익)은 8.6배로, 최근 3년간 가장 낮은 수준”이라고 설명했다.

홍윤정/최만수 기자 yjho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