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인적분할 후 지주회사로 전환한 상장사 14곳 중 절반 이상은 재상장 후 시가총액이 분할 전에 비해 줄어든 것으로 나타났다. 지배구조 개편은 통상 주가에 호재로 여겨지지만 전문가들은 분할 내용과 비율, 업황 등을 두루 살펴봐야 한다고 강조한다.

27일 금융정보업체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올해 인적분할을 한 14개 상장사 가운데 8곳은 나뉜 회사의 합산 시가총액(26일 종가 기준)이 분할 이전보다 감소했다. 지주회사 전환 요건 강화 움직임에 올해 인적분할이 어느 때보다 활발했지만 지배구조 개편에 따른 주가 상승 효과는 투자자들 기대에 미치지 못한 셈이다.

인적분할 뒤 시가총액이 가장 큰 폭으로 하락한 상장사는 제일약품이다. 이 회사는 인적분할 뒤 지난 7월 제일파마홀딩스와 제일약품으로 재상장했지만 분할 전 1조187억원이었던 시가총액이 5개월여 만에 7790억원으로 23.53% 줄었다. AP시스템도 분할 후 지주회사인 APS홀딩스와의 합산 시가총액이 7132억원에서 5515억원으로 22.67% 감소했다.

지난달 재상장한 동아타이어는 한 달도 안 돼 시가총액이 22.46% 빠졌다. 크라운제과(-18.60%) 미원에스씨(-13.66%) 등도 분할 후 합산 시가총액이 내리막길을 걸었다.

반면 분할 이후 시가총액이 가장 많이 늘어난 곳은 코스닥시장 정보기술(IT) 소재 회사인 이녹스첨단소재였다. 이 회사는 분할 후 시가총액이 45.84% 불었다. 오리온(24.87%)과 BGF리테일(8.56%)의 시가총액도 분할 이후 증가했다.

인적분할은 한 개의 회사를 사업회사와 투자회사로 쪼개면서 각각의 기업 가치를 재평가받기 때문에 주가에 호재라는 인식이 강하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지주사 전환 선언일부터 거래 정지일(재상장 전)까지 단기 상승에 그칠 수 있다는 점을 염두에 둬야 한다고 조언한다. 분할 이후에는 분할 비율과 자사주 비중, 알짜 자회사가 어느 쪽으로 갔는지, 거래 정지 기간 동안의 업황 변화 등에 따라 주가가 움직이기 때문이다. 황세운 자본시장연구원 자본시장실장은 “인적분할과 지주회사 전환 자체가 기업 가치를 끌어올리는 것은 아니다”며 “중장기적으로는 분할 이후 시너지 효과가 나타날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윤정현 기자 hit@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