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증시의 핵심 투자 키워드 가운데 하나는 ‘4차 산업혁명’이었다. 미국에서는 ‘FANG(페이스북·아마존·넷플릭스·구글)’이, 국내에서는 삼성전자 등 정보기술(IT)주가 증시를 달궜다.

올 들어 자산운용사는 4차 산업혁명 기업에 투자하는 상장지수펀드(ETF)를 앞다퉈 내놨다. 전문가들은 “같은 투자 아이디어를 바탕으로 나온 상품이라도 투자 대상과 운용 보수가 모두 다른 만큼 꼼꼼히 따져 상품을 선택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같은 듯 다른 '4차 산업혁명 ETF'… 설정액 TIGER·수익률 KBSTAR 1위
◆다양한 투자 종목

현재 유가증권시장에서 거래되고 있는 4차 산업혁명 ETF는 5개다. 모두 올해 출시됐다. 지난 8월1일 미래에셋자산운용이 ‘TIGER 글로벌 4차산업혁신기술’을 내놓은 뒤 같은 달 삼성자산운용이 ‘KODEX 글로벌 4차산업 로보틱스’, KB자산운용이 ‘KBSTAR 글로벌 4차산업 IT’를 잇달아 내놨다. 10월엔 한국투자신탁운용이 ‘KINDEX 미국 4차산업 인터넷’을, 지난 12일엔 한화자산운용이 ‘ARIRANG 미국 나스닥 기술주’를 선보였다.

대다수 상품 이름에 4차 산업혁명이 들어간다는 점은 비슷하다. 하지만 투자 지역과 종목이 모두 다르다. 앞서 나온 세 상품은 글로벌 기업에 고루 투자하지만 나머지 두 상품은 미국 증시 상장사에만 투자한다.

TIGER는 빅데이터, 나노기술, 의학, 컴퓨터 시스템 등 9개 영역에 속한 투자 종목을 고른다. 22일 기준으로 아르헨티나 전자상거래 기업 메르카도리브레(펀드 내 비중 0.57%), 폐기물 재생 에너지 기업 코반타 홀딩 코퍼레이션(0.57%), 캐나다 통신기업 블랙베리(0.56%) 등을 담고 있다.

KODEX는 로봇과 자동화 기술 관련 기업에 주로 투자한다. 일본 로봇기업 화낙(1.8%), 나스닥에 상장한 중국 로봇기업 홀리시스(1.8%), 국내 기업 고영(1.1%) 등을 투자 바구니에 넣었다.

KBSTAR와 ARIRANG엔 IT기업이 주로 포함됐다. KBSTAR에는 애플(12.3%) 마이크로소프트(8.96%) 페이스북(6.38%)이, ARIRANG에는 마이크론(2.3%) 인텔(2.3%)이 담겼다. KINDEX는 미국 인터넷 기업 30종목에 나눠 투자한다. 아마존(8.69%) 페이스북(8.24%) 페이팔(5.22%) 등이 주요 투자 대상이다.

◆환율변화 따라 수익률 달라져

모두 해외 투자 상품인 만큼 환율 움직임이 수익률에 영향을 미치는지도 따져봐야 한다. TIGER, KBSTAR, KINDEX 세 상품은 환헤지형 상품이다. 환율 등락에 상관없이 투자할 수 있는 장점이 있지만 환헤지 비용이 들고 환차익을 노릴 수 없다는 게 단점이다. KODEX와 ARIRANG은 환노출 상품이다. 환율 변화에 따라 수익률이 달라진다. 환헤지 비용이 들지 않고 원화가 약세일 땐 환차익도 노릴 수 있다.

펀드 규모는 TIGER가 시가총액 1490억원으로 가장 크다. 펀드 규모가 크면 거래량이 많아 원하는 시점과 가격에 ETF를 사고팔 수 있다. 나머지는 시가총액이 100억원 안팎이다. 수수료는 0.3~0.5%가량으로 ETF임을 감안하면 비교적 높은 편이다.

최근 3개월 수익률은 KBSTAR가 8.69%로 가장 높다. 이어 TIGER(3.15%) KODEX(2.15%) 순이다. 최창규 NH투자증권 연구원은 “4차 산업혁명 관련 ETF는 수익률을 결정짓는 기초지수 등에 따라 성격이 조금씩 다르다”고 설명했다.

나수지 기자 suji@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