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타' 대신 기관
코스피지수가 지지부진한 흐름을 이어가면서 “연말 ‘산타랠리’는 사실상 물 건너갔다”는 얘기가 나오고 있다. 최근 유가증권시장의 부진은 수급이 꼬인 탓이란 게 증권업계의 설명이다.

외국인과 개인이 대규모 ‘팔자’에 나서면서 발목을 잡고 있다는 게 업계의 분석이다. 이에 따라 “올해 폐장일(28일)까지는 연말 수익률 개선을 위해 홀로 순매수를 이어가고 있는 기관투자가들의 매수 종목을 ‘타깃’으로 삼아야 할 것”이란 의견이 나오고 있다.

‘팔자’ 이어가는 외국인

18일 코스피지수는 0.19포인트(0.01%) 떨어진 2481.88로 마감했다. 코스피지수는 지난달 3일 2557.97(종가 기준)로 사상 최고치를 보인 뒤 꾸준히 내려 이날까지 2.97% 떨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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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가증권시장의 이런 약세는 수급 문제가 가장 큰 원인으로 꼽힌다. 외국인은 이달 들어 이날까지 유가증권시장에서 총 1조3873억원어치를 순매도했다. 지난 10월(2조9758억원)과 11월(830억원) 순매수한 것과는 다른 흐름이다.

외국인 매도세는 올해 ‘북클로징(장부 마감)’을 앞두고 차익실현 성격이 강하다는 분석이다. 김한진 KTB투자증권 연구원은 “통상 연말은 외국인들이 결산을 앞둔 포트폴리오를 조정하고 수익률을 관리하는 시기”라며 “올해 성과가 좋았던 정보기술(IT)주를 중심으로 매도 물량이 많이 나오고 있다”고 말했다. 이달에 외국인은 삼성전자(8324억원) SK하이닉스(2622억원) 등 대형 IT주를 집중적으로 팔았다.

개인 ‘큰손’들이 연말을 앞두고 주식을 팔고 있는 점도 부담이다. 보유액 25억원, 혹은 지분 1% 이상 가진 주주(유가증권시장 기준)는 대주주로 분류돼 주식 매매차익에 대해 세금을 내야 한다.

대주주는 주식을 팔 때 양도소득세(25%)가 붙는다. 종합소득과세를 피하기 위해 배당기준일 전후로 주식을 파는 고액자산가도 많다. 이규미 NH투자증권 프리미어블루강남센터 부장은 “이자와 배당소득을 합쳐 연간 2000만원이 넘으면 최대 44%를 종합소득세로 내야 한다”며 “해당 고객들은 배당 전에 주식을 팔고 배당기일 후 주식을 다시 사들여 세금을 줄이기도 한다”고 말했다. 이달 들어 개인은 1조4403억원어치를 팔았다.

IT·철강·유화 등 주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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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년 12월엔 기관투자가들이 윈도드레싱(보유 종목 수익률 관리)을 위해 ‘돈 보따리’를 푸는 경향이 있다. 이달 들어 기관투자가는 2조6996억원어치를 순매수해 시장을 떠받치고 있다.

이에 따라 연말까지는 기관 매수 종목도 주목할 만하다는 분석이 나온다. 이달 들어 기관투자가가 가장 많이 순매수한 종목은 삼성전자(4060억원 순매수)다.

넷마블게임즈(3631억원) LG전자(1530억원) 등 게임·IT주, LG유플러스(1068억원) SK텔레콤(896억원) 등 통신주도 상위종목에 이름을 올렸다. 한 자산운용사 관계자는 “실적 개선에 대한 기대가 있지만 한동안 주가가 오르지 않아 저평가 매력이 커진 종목들이 기관의 윈도드레싱 타깃이 되고 있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기업들의 올해 4분기 실적 윤곽이 드러나는 내년 초 증시가 지금과 같은 소강상태에서 벗어날 가능성이 높다”고 보고 있다. 사상 최대 실적 기록을 쓴 3분기보다는 못하겠지만, 글로벌 경기가 확장 국면에 있는 만큼 4분기 실적도 양호할 것이란 게 증권업계의 분석이다.

금융정보업체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3개월 전과 비교해 4분기 영업이익 컨센서스(증권사 전망치 평균)가 오른 업종은 은행(12.1% 상승), 반도체 및 관련 장비(11.2%), 전자기기(10.3%), 가스(7.6%), 항공(7.6%), 금속·광물(5.8%) 등인 것으로 나타났다. 김용구 하나금융투자 연구원은 “내년 초 이후론 실적이 좋은 반도체 등 IT 업종을 비롯해 철강, 정유·석유화학 등 경기민감 업종의 대표주가 강세를 보일 것”이라고 전망했다.

김동현/나수지 기자 3cod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