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현주 미래에셋 회장의 승부수… 발행어음 막히자 'IMA 직행'
박현주 미래에셋금융그룹 회장이 초대형 투자은행(IB) 미래에셋대우의 자기자본을 8조원으로 확충하는 승부수를 던졌다. 금융당국이 공정거래위원회의 ‘일감 몰아주기’ 조사를 빌미로 초대형 IB의 핵심 업무인 단기금융업(발행어음 사업) 인가를 보류하자 7000억원 규모의 공모 유상증자를 전격 결의했다. 증자가 마무리되면 금융당국의 인가를 받지 않고 종합투자계좌(IMA) 관련 업무를 처리할 수 있어 초대형 IB 시장에 본격적으로 뛰어들 수 있다.

◆긴급 이사회 열어 증자안 통과

미래에셋대우는 15일 이사회를 열어 주주배정 후 실권주 일반공모 방식으로 우선주 1억3084만2000주를 발행하는 유상증자를 결의했다. 발행 신주는 무의결권 배당우선 영구주식으로 총 7000억원 규모다. 내년 1분기 증자가 마무리되면 미래에셋대우의 자기자본은 7조3300억원(지난 9월 말 기준)에서 8조원 이상으로 커진다. 회사 측은 “확충된 자본으로 세계 시장에서 모험자본 투자를 늘릴 예정”이라며 “글로벌 IB로 도약하기 위한 증자”라고 설명했다.

미래에셋대우는 이날 오전 등기이사들을 긴급 소집해 오후 3시 열린 이사회에서 이 같은 증자안을 결의했다. 증자 주관사도 정하지 않은 채 공시했다. 금융당국의 발행어음 인가 심사 보류 결정 직후에 전격적으로 증자를 결의한 것으로 풀이된다는 게 증권업계의 시각이다.

앞선 오전 8시께 미래에셋대우는 공정위 조사가 시작되면서 금융당국으로부터 발행어음 사업 인가 심사가 보류됐다는 통보를 받았다고 밝혔다. 공정위는 금융감독원으로부터 미래에셋금융그룹 ‘일감 몰아주기’ 의혹을 제보받고 지난 11일 관련 서류를 요청하는 등 본격적인 조사에 나섰다.

이에 따라 금융당국은 미래에셋대우의 발행어음 사업 인가심사 보류를 결정했다. 자본시장법 시행규칙 제38조에선 공정위 조사가 진행되고 있는 경우에는 해당 조사가 끝날 때까지 인가 절차를 일단 중지하도록 돼 있다.

박 회장은 미래에셋대우의 발행어음 사업 인가가 불투명해지자 자기자본 8조원이 넘는 초대형 IB로 직행하겠다는 결단을 내린 것으로 알려졌다. 자기자본 8조원을 갖추면 초대형 IB의 핵심 사업인 IMA 업무에 나설 수 있기 때문이다.

IMA는 고객에게 원금을 보장하면서 은행 금리 이상의 수익을 지급할 수 있는 통합계좌다. 발행어음 사업과 달리 금융당국의 별도 인가 없이 관련 업무에 착수할 수 있다. 자기자본의 두 배까지만 발행이 가능한 발행어음과 달리 IMA는 발행 한도 제한도 없다. 조달한 자금의 70% 이상을 기업금융에 써야 하는 만큼 조달 자금의 50% 이상만 기업금융에 투입하는 발행어음보다 더 공격적으로 투자할 수 있다.

금융당국은 부정적인 의견을 내비쳤다. 금융위원회 관계자는 “자기자본 8조원을 넘기면 IMA 인가를 받지 않는 건 맞지만 자기자본 4조원을 넘긴 뒤 발행어음 업무를 먼저 시작하고, 단계적으로 IMA 사업까지 하라는 게 초대형 IB 사업의 애초 취지”라며 “미래에셋금융그룹 생각대로 자기자본 8조원을 넘긴다고 무조건 IMA 사업을 시작할 수는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미래에셋컨설팅 내부거래 주시

공정위는 박 회장 일가가 지배하고 있는 미래에셋컨설팅 등에 대한 그룹 내부거래를 주시하고 있다. 미래에셋컨설팅은 부동산 관리회사로 그룹 지배구조의 정점에 있는 기업이자 박 회장 가족 회사다. 박 회장(지분율 48.63%)과 부인 김미경 씨(10.24%), 세 자녀가 지분 90% 이상을 보유하고 있다.

미래에셋금융그룹은 미래에셋컨설팅과 그 계열사에 일감을 밀어줬다는 의혹을 받고 있다. 공정거래법에선 내부거래 총액이 200억원 이상이거나 내부거래 비중이 12% 이상인 그룹을 규제 대상으로 규정하고 있다. 미래에셋컨설팅의 내부거래 비중은 12%를 넘어선 것으로 전해졌다.

공정위는 골프장과 호텔 관련 자료를 중심으로 요구한 것으로 알려졌다. 미래에셋컨설팅은 미래에셋자산운용 등이 사모펀드(PEF)를 통해 소유하고 있는 골프장 블루마운틴 컨트리클럽(CC)과 포시즌스호텔 운영을 맡고 있다.

공정위는 미래에셋펀드서비스(지분 100%), 와이케이디벨롭먼트(66.67%) 등 자회사를 통한 내부거래도 들여다보고 있다. 미래에셋컨설팅은 올해 7월 블루마운틴CC 운영권을 자회사인 와이케이디벨롭먼트에 양도하면서 공정위 규제를 피하려 한다는 의혹이 제기됐다.

■ 종합투자계좌(IMA)

증권회사가 개인 고객에게 예탁받은 자금을 통합 운용해 수익을 고객에게 지급하는 계좌. 증권사는 IMA를 통해 모은 자금을 회사채 등에 투자해 은행 금리 이상의 수익을 돌려줄 수 있다. 원금이 보장되며, 자기자본 8조원 이상 증권사만 관련 업무를 할 수 있다.

홍윤정/조진형/김병근 기자 yjho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