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래에셋, 판교에 '2.8조 베팅'

게임·포털업체 밀집
판교역 일대 오피스빌딩 공실률 0.4%에 불과

위험 감수 '공격 투자'
토지 매입해 직접 개발…핵심빌딩 4곳 모두 베팅
마켓인사이트 12월11일 오후 3시55분

2015년만 해도 경기 판교에 있는 대형 상업용 빌딩의 평균 가격은 3.3㎡당 1000만원 안팎에 불과했다. 최근에는 3.3㎡당 1500만원을 훌쩍 넘어섰다. 판교로 몰려든 한국 정보기술(IT) 업체들의 약진 때문이다. 글로벌 IT 업황이 상승세를 타고 ‘벤처붐’이 일어나면서 판교 내 임차수요가 급증했다. 그중에서도 알파돔시티가 들어서는 판교역(신분당선) 일대는 글로벌 기업으로 성장한 한국 게임·포털업체가 밀집한 곳이다. 국내 부동산 컨설팅업체 메이트플러스에 따르면 연면적 3만㎡ 이상인 이 지역 대형 오피스 빌딩의 지난 3분기 공실률은 0.4%에 불과했다. 한국의 상업용 부동산 권역은 보통 ‘서울 도심권(CBD)’ ‘여의도권(YBD)’ ‘강남권(GBD)’으로 분류하지만 최근에는 ‘판교권(PBD)’이라는 신조어가 생겨났을 정도다. 박현주 미래에셋금융그룹 회장이 판교 알파돔시티가 한국의 ‘실리콘밸리’가 될 것으로 판단하고 베팅한 이유다.

박현주의 '알파돔시티 승부수'… "4차 산업혁명의 요람 만들 것"

◆디벨로퍼 역할 맡은 미래에셋

판교 알파돔시티 6-1, 6-2블록에 지어질 두 건물 연면적은 각각 14만5316㎡, 15만5907㎡다. 서울 종각의 초대형 빌딩인 그랑서울(17만5536㎡)과 맞먹는다. 미래에셋생명과 미래에셋대우는 지방행정공제회와 함께 미래에셋자산운용이 조성하는 부동산펀드의 주요 출자자로 참여해 이 건물들이 들어설 부동산(토지 및 지어질 건물)을 매입할 계획이다. 미래에셋금융그룹이 시행사인 알파돔시티PFV로부터 해당 토지와 건물의 개발권을 통째로 인수한 것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업계에서는 미래에셋이 부동산 개발업체로서 위험을 감수하겠다는 의미로 받아들이고 있다.

박 회장은 “IT, 바이오 등 4차 산업혁명의 요람으로 조성할 것”이라며 “금융이 투자를 통해 사회에 기여하는 의미있는 사업으로 만들겠다”고 말했다.

미래에셋은 인근 6-3, 6-4블록 빌딩 인수전에도 뛰어들었다. 6-1~4블록에 건설되는 건물 4개 동은 알파돔시티의 주 오피스 빌딩이다. 미래에셋자산운용은 지난 4일 행정공제회가 보유한 6-3빌딩 입찰에 참여했으며 유력한 인수후보로 꼽히고 있다. 미래에셋대우는 LH(한국토지주택공사)의 6-4빌딩 입찰에도 JR투자운용과 컨소시엄을 구성해 제안서를 냈다. 두 건물의 입찰 예상가격은 3.3㎡당 1700만원대로 각각 총 4500억원 안팎이다. 두 빌딩 매입에 성공하면 미래에셋은 알파돔시티의 업무용 빌딩 프로젝트에만 2조원이 넘는 돈을 쏟아붓는다.

기관투자가들은 특정 지구 빌딩에 투자하면 인근의 다른 빌딩은 사들이지 않는다. 임차인을 서로 뺏고 빼앗기는 ‘경쟁관계’를 피하기 위해서다. 미래에셋금융그룹이 판교 알파돔시티 오피스 건물 4개 동을 개별 건물이 아니라 하나의 ‘상징적인 건축물’로 여기고 있다는 해석이 나오는 이유다.

◆부동산 투자 성적표 A+

박 회장이 이끄는 미래에셋금융그룹은 2006년 2600억원에 매입한 중국 상하이 미래에셋타워를 시작으로 국내외에서 70조원가량을 부동산에 투자했다. 상하이 미래에셋타워 가치는 1조원 이상으로 뛰었다.

미래에셋은 부동산 개발업체 글로스타가 지은 서울 을지로 센터원(현 미래에셋센터원) 빌딩을 2010년 약 9000억원에 매입했다. 당시 임차인이 거의 없어 ‘위험한 투자’로 여겨졌지만, 박 회장은 ‘국내 코어(핵심) 상업용 부동산이 2년 안에 임차인을 찾지 못한 사례가 한 건도 없었다’는 지론으로 매입을 밀어붙였다. 미래에셋센터원의 현재 가치는 3.3㎡당 3400만원, 총 1조7000억원대로 서울을 대표하는 랜드마크 건물 중 하나로 자리매김했다.

투자은행(IB)업계 관계자는 “지난해 하와이 와이키키 하얏트리젠시호텔 매입 이후 부동산시장에서 모습을 보이지 않던 미래에셋그룹이 다시 대형 부동산 프로젝트 시장에서 존재감을 드러냈다”고 말했다.

박 회장의 투자 스타일은 국내 대형 기관투자가에도 시사하는 점이 적지 않다는 분석이 나온다. 국내 대형 상업용 부동산시장의 ‘큰손’인 연기금, 공제회, 보험사들이 위험을 감수하는 투자보다는 손실을 내지 않는 투자를 선호하고 있어서다. 강남파이낸스센터(싱가포르투자청 보유), 남산 스테이트타워(아부다비투자청 보유) 등 국내에서 가치가 크게 오른 건물의 소유주는 대부분 외국계 대형 연기금이다.

김대훈 기자 daepun@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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