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은행과 우리종합금융 등 금융회사들의 절반 이상이 ‘계열사 지원 가능성’에 힘입어 실제 재무 체력보다 높은 최종 신용등급을 받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국내 신용평가사들이 지난 1년간 금융회사의 자체 채무상환능력만을 바탕으로 자체신용도를 평가해 공개한 결과다.

11일 한국신용평가에 따르면 올해 신용평가를 받은 은행 증권 보험 카드 등 금융회사 99곳(금융공기업은 제외) 가운데 계열사 지원 가능성을 반영한 최종 신용등급이 자체신용도보다 한 단계 이상 상향 조정된 기업은 65곳에 달했다. 이 가운데 제주은행, 하나자산신탁, 한국스탠다드차타드은행, 한국씨티은행, 우리종합금융, 한국해양보증보험 6곳은 국내 또는 해외 현지 모회사의 뛰어난 신용에 힘입어 등급이 두 단계나 오르는 혜택을 본 것으로 나타났다. 나머지 34곳은 최종 등급과 자체신용도가 같았다.

다른 신용평가사들의 분석 결과도 비슷했다. 한국기업평가와 나이스신용평가가 매긴 금융회사 신용등급의 3분의 2 이상이 계열사 ‘후광 효과’로 자체신용도보다 올라갔다.

신용평가사들은 내년부터 자체신용도 공개 범위를 공기업을 제외한 일반기업으로 확대할 예정이다. 이들은 현재도 모든 평가 대상 기업의 자체신용도를 먼저 평가한 뒤 여기에 유사 시 계열사 지원 가능성을 추가하는 방식으로 최종 신용등급을 매기지만 따로 공개는 하지 않고 있다. 일부 기업들에 적지 않은 부담이 될 것을 우려해서다. 가령 최종 신용등급이 ‘A-’인데 자체신용도가 ‘BBB+’인 기업의 경우 기관투자가의 투자판단 경계선에 걸려 자금 조달이 어려워질 수 있다. 정광호 나이스신용평가 평가정책본부장은 “주요 기관투자가들이 투자심의위원회에서 자체신용도가 낮은 기업 투자시 더 깐깐한 기준을 들이댈 수 있다”고 말했다.

서기열 기자 philo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