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켓인사이트 12월7일 오전 6시11분

LG 롯데 현대중공업 영풍 등 대기업 그룹사들이 계열사 주식을 사고파는 등 지배구조 개편 작업에 속도를 내고 있다. SK케미칼과 현대산업개발은 최근 지주회사 전환 계획을 발표했고, 효성과 대림그룹 등도 올해 안에 지주사 전환에 나설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김상조 공정거래위원장(사진)이 ‘자발적 개혁안’ 제출 기한으로 제시한 ‘연말’을 앞두고 대기업들의 움직임이 바빠지고 있다는 분석이다. 김 위원장은 지난 6월 4대 그룹 경영인과 만난 자리에서 “연말까지 자발적인 재벌 개혁을 위한 모범사례를 만들어달라”고 주문했다.
임박한 '김상조 데드라인'… 기업들 지배구조 개편 '잰걸음'
◆순환출자 고리 해소

롯데그룹은 올 10월 롯데지주를 출범시키며 기존 67개였던 순환출자 고리를 13개로 줄였다. 롯데칠성음료와 롯데푸드가 이달 1일 보유하던 롯데지주 지분 0.66%(48만5112주)와 0.64%(7만4148주) 등을 매각하면서 순환출자 고리는 11개까지 감소했다.

남은 11개도 내년 상반기 중 모두 해소한다는 계획이다. 롯데그룹 관계자는 “그룹 지주사인 롯데지주가 출범하는 과정에서 불가피하게 생긴 신규 상호·순환출자도 조속히 끊어낼 방침”이라며 “내년 4월 이전까지는 모두 해소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를 위해 지주사 출범 과정에서 롯데지주 지분을 취득한 롯데IT테크(지분율 2.4%)와 한국후지필름(3.8%), 대홍기획(1.1%) 등이 조만간 롯데지주 주식 처분에 나설 전망이다.

LG그룹도 LG상사를 지주사 울타리에 넣는 등 지배구조 개편을 했다. 그룹 지주사인 (주)LG는 지난달 28일 구본무 LG그룹 회장을 비롯한 총수일가가 갖고 있던 LG상사 지분 24.69%(957만1336주)를 2967억원에 사들이며 자회사 편입 작업을 마무리했다. 총수 일가의 보유 지분이 26.29%로 일감 몰아주기 규제 기준(상장사 보유 지분 30% 이상)에 해당하진 않았지만 김 위원장의 ‘지배구조 재편 요구’에 화답하기 위한 선제 조치라는 평가를 받는다.

현대중공업그룹은 ‘현대중공업→현대삼호중공업→현대미포조선→현대중공업’으로 이어지는 순환출자 고리를 끊기 위해 현대미포조선이 현대중공업 지분 3.18%를 매각했다. 매각 후 남은 4.8% 지분도 마저 처분할 예정이다. 영풍그룹도 ‘영풍→영풍문고→영풍개발→영풍’의 순환출자 해소에 힘쓰고 있다. 6월 영풍문고 지분 10.0%를 영풍문화재단에 증여한 이유다. 남은 영풍문고 지분(24.0%)도 모두 정리할 전망이다.

◆줄 잇는 지주사 전환 발표

지주사 체제 전환으로 지배구조를 단순하고 투명하게 바꾸려는 시도도 늘고 있다. 현대산업개발은 인적 분할을 통해 지주사인 HDC주식회사(가칭)를 출범시킬 예정이라고 5일 공시했다. 분할기일은 내년 5월1일이다.

SK케미칼도 1일 인적 분할을 단행해 지주회사인 SK디스커버리와 사업회사인 SK케미칼로 회사를 쪼갰다.

증권업계에선 현대자동차도 조만간 지주사 체제 전환 작업에 나설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현대모비스를 투자부문(지주사)과 사업부문(사업회사)으로 인적 분할하는 방식으로 지배구조를 개편할 것이란 시나리오가 돌고 있다.

효성과 대림산업도 지주사 전환 후보군으로 꼽힌다. 효성은 지주사로 전환하는 과정에서 섬유 산업자재 화학 중공업 건설 무역 등 6개 사업부를 인적·물적 분할할 전망이다. 대림산업은 회사를 지주사와 사업회사로 쪼갠 뒤 지주사를 최대주주인 대림코퍼레이션과 합병하는 방안이 거론된다.

김익환 기자 lovepe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