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금융시장에서 해외 기업의 채권 발행을 활성화하기 위해선 기존 ‘적격기관투자가(QIB) 시장’ 국제화에 적극 나서야 한다는 주장이 나왔다. QIB는 중소·중견기업이나 해외 기업이 증권사 은행 보험사 등 검증된 적격기관투자가를 대상으로 적은 비용으로 빠르게 사모 회사채를 발행할 수 있도록 한 제도다.

한국금융투자협회가 7일 ‘2018년 채권시장 전망과 외국 기업의 국내 채권발행 활성화’를 주제로 연 채권포럼에서 김경민 SC증권 이사는 “대만 기관투자가들은 포모사 채권시장이 활성화된 덕택에 안방에서 글로벌 기업과 금융사들 채권에 손쉽게 투자하고 있다”고 소개했다. 이어 “한국도 QIB시장에서 해외 기업들이 채권을 발행할 수 있도록 국제화에 나서면 국내 기관투자가들도 대만처럼 투자할 수 있을 것”이라고 기대했다.

포모사 채권은 해외 기업이 대만에서 대만달러를 제외한 통화로 발행하는 것이다. 대만 금융감독당국이 관련 규제를 풀면서 발행 규모가 2014년 169억달러에서 지난해 495억달러로 성장했다. 미국 인텔 AT&T 화이자, 한국 국민은행 KEB하나은행 도로공사 등 33개 기업이 이 시장을 통해 자금을 조달했다.

한국 채권시장에서 해외 기업이 원화나 다른 국가 통화로 발행한 채권은 미미한 수준이다. 이날 토론자로 나선 김진하 미래에셋자산운용 글로벌픽스트인컴운용본부장은 “보험사가 QIB 채권에 투자할 때 지급여력(RBC)비율을 완화해 적용받는 등 제도적 유인책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심정욱 메리츠종금증권 법인채권팀 부장은 “보험사의 해외투자 한도가 30%로 제한돼 있다”며 “대만처럼 QIB 채권의 경우 해외투자 한도를 적용하지 않는 방안도 고려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서기열 기자 philo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