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중 내내 부진한 수익률을 보였던 공모주펀드가 뒷심을 발휘하고 있다. 포트폴리오에 담은 공모주 중 지난달 상장한 ‘새내기주’들이 고공행진을 거듭하고 있어서다. 지난달 공모주펀드 수익률은 월간 수익률 기준으로 3년 만에 최고 수준을 기록했다.

"고맙다! 티슈진·스튜디오드래곤"… 공모주펀드 수익률 '되살아난 뒷심'
6일 펀드평가사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공모주펀드 114개는 지난달 평균 1.24%의 수익을 냈다. 2014년 12월의 2.43% 이후 약 3년 만에 최고치다. 당시엔 제일모직이 상장 첫날 공모가의 두 배 이상으로 뛰어오르며 공모주펀드 수익률이 높아지는 데 도움이 됐다. 이후 월간 기준으로 공모주펀드 수익률이 1%를 넘긴 적이 한 번도 없었다.

공모주펀드 수익률이 이처럼 뛰어오른 이유는 최근 한 달 새 상장한 기업들의 주가 상승 폭이 컸기 때문이다. 지난달 6일 코스닥시장에 상장한 코오롱의 미국 바이오 자회사 티슈진은 상장 첫날 공모가(2만7000원)보다 58.1% 올랐다. CJ E&M의 드라마 제작 자회사인 스튜디오드래곤은 상장 첫날 가격제한폭(30%)까지 상승해 공모가(3만5000원)의 두 배 이상인 7만1800원에 장을 마쳤다. 비디아이(상장 첫날 수익률 69.5%) 비즈니스온(55.5%) 등도 상장 첫날 공모주 투자자에게 높은 수익률을 안겨줬다.

공모주펀드는 자산의 90%가량은 채권에 투자하고 나머지 10%는 공모주에 투자해 초과수익을 노린다. 증시가 박스권에 머물 때는 안정적으로 금리보다 높은 수익을 낼 수 있다는 게 장점으로 꼽혀 고액자산가들의 러브콜을 받았지만 올해 증시가 급등세를 타면서 투자자들은 높은 수익률을 찾아 떠났다. 공모주펀드에서는 올 들어 2조3786억원, 최근 한 달 동안 1470억원이 빠져나갔다. 연초 이후 지난 10월까지 누적 수익률이 1% 안팎을 맴돌며 부진한 수익을 냈기 때문이다.

고액자산가들이 주로 투자하는 헤지펀드 시장에서도 기업공개(IPO) 전략을 활용한 펀드가 두각을 나타냈다. 지난달 수익률 상위 헤지펀드 10개 가운데 절반은 IPO펀드가 차지했다.

‘블루텍 IPO’(11월 수익률 36.12%·5위) ‘인벡스 공모주 1호’(25.62%·6위) ‘피델리스 공모주’(22.35%·7위) 등이 높은 수익을 냈다. 사모 IPO펀드들은 공모주펀드와 달리 채권 투자를 거의 하지 않는다. 포트폴리오 대부분을 공모주로 채우는 전략을 주로 구사한다.

자산운용업계 관계자는 “내년 상반기에는 SK루브리컨츠 이랜드리테일 애경산업 등 대규모 IPO가 예정돼 있다”며 “유통시장(주식시장) 상승세와 함께 발행시장(공모주시장) 열기도 이어질 것”이라고 설명했다.

나수지 기자 suji@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