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자자들의 잇단 환매에 ‘몸살’을 앓던 중소형주 펀드에 모처럼 돈이 들어오고 있다. 코스닥시장 투자 열기가 뜨거워지면서 중소형주 펀드에 대한 투자자의 관심이 커졌기 때문이다. 펀드 환매 자금을 돌려주기 위해 운용사가 울며 겨자 먹기식으로 보유 종목을 팔아 수익률이 악화하는 ‘악순환’의 고리가 끊어질 조짐을 보이고 있다는 게 자산운용업계의 설명이다.

성과 좋으니 대접 달라진 중소형주 펀드
◆중소형주 펀드 부활하나

17일 펀드평가사 제로인에 따르면 이달 들어 전날까지 국내 중소형주 펀드에 351억원이 순유입됐다. 9, 10월 두 달간 1213억원이 순유출됐다가 11월 들어 투자금이 다시 들어오기 시작했다. 전체 주식형 펀드 순유입액은 이달 2185억원을 기록했다.

펀드별로 살펴보면 ‘NH-AmundiAllset성장중소형주’(379억원), ‘신영마라톤중소형주’(241억원) 등 성과가 꾸준히 좋았던 펀드에 돈이 몰렸다. 중소형주는 유가증권시장 및 코스닥시장에서 시가총액 101위 이하인 종목을 말한다. 중소형주 펀드는 중소형주 투자 비중을 60% 이상으로 유지해야 한다.

과거 중소형주 펀드는 변동성은 높지만 수익률이 좋아 투자자에게 인기가 많은 상품이었다. 중소형주 펀드는 2009년 연평균 58.35% 수익률을 낸 뒤 매년 플러스 수익률을 올렸다.

최고의 ‘황금기’는 2014, 2015년이었다. 당시 중소형주 펀드 주요 투자대상인 바이오·소비재주 등이 시장을 주도하면서 연 20~30%대 수익률을 올린 펀드도 적지 않았다. 2015년엔 한 해 동안 1조7511억원이 순유입됐다.

그러나 2015년 하반기부터 삼성전자 등 대형주 위주의 장세로 바뀌면서 중소형주 펀드가 고전했다. 중소형주 펀드는 작년 평균 11.90% 손실을 냈다. 같은 기간 코스피지수는 3.32% 상승했다. 문윤정 신한금융투자 대치센트레빌지점 프라이빗뱅커(PB)는 “2015년 하반기 이후 중소형주펀드에 대한 투자자들의 신뢰가 낮아졌다”며 “수익률이 높은 펀드가 간혹 나오더라도 증권사들이 좀처럼 추천하지 않았다”고 말했다.

◆“수익률 더 좋아질 것”

이랬던 분위기가 최근 완전히 반전됐다. 중소형주 펀드가 많이 담고 있는 실적이 뒷받침되는 중소형 정보기술(IT)주, 바이오·헬스케어주가 큰 폭으로 상승하면서 펀드 수익률이 대폭 개선됐다. 중소형주 펀드는 지난 한 달 동안 평균 6.02% 수익률을 올렸다. 전체 펀드 유형 가운데 1위다.

코스닥시장을 중심으로 중소형주 랠리가 이어질 것으로 예상되는 만큼 펀드 수익률도 당분간 좋을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정부가 국민연금관리공단을 앞세워 코스닥시장 투자를 늘릴 예정이어서 그동안 문제로 지적된 꼬인 수급이 풀릴 것”이란 게 전문가들의 설명이다.

민수아 삼성액티브자산운용 밸류본부장은 “영업이익 증가율 등을 감안해 봤을 때 중소형주 상승 추세는 이제 막 시작된 것으로 보인다”며 “코스닥 상장사 투자 비중이 낮았던 외국인이 가세하면 상승세가 더 가팔라질 것”이라고 말했다.

김우섭 기자 duter@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