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형주만 오르는 장세에서 ‘찬밥’ 신세였던 중소형주 펀드매니저들의 인기가 치솟고 있다. 연기금의 자금 운용 담당자들과 거액 자산가들이 몰려있는 서울 강남의 은행·증권사 지점에선 중소형주 펀드매니저들에게 코스닥시장 상황을 분석해 달라는 요청이 쇄도하고 있다는 후문이다. 일부 운용사에서는 새로운 중소형주 펀드를 만들려는 움직임도 나타나고 있다.

16일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국내에 등록된 중소형주 펀드매니저는 29명에 불과하다. 배당이나 일반주식형 펀드에 비해 펀드 수(40개)가 적은 탓이다. 중소형주 펀드는 시가총액 101위 이하 기업에 60% 이상 투자하는 펀드다. 2015년 하반기 이후 대형주 장세가 2년 동안 지속되면서 중소형주 펀드에서 손을 뗀 매니저들도 적지 않다. 중소형주 펀드에선 지난해에만 2913억원의 자금이 빠져나갔다.

하지만 코스닥시장이 최근 석 달 동안 18% 이상 오르는 등 증시 흐름이 바뀌면서 중소형주 펀드매니저들에게 “시간을 내달라”는 요청이 끊이지 않고 있다. 올해 중소형주 펀드 수익률 1위를 달리고 있는 김종언 대신자산운용 리서치운용본부 팀장은 “추천 종목과 향후 전망을 듣고 싶다는 프라이빗뱅커(PB)의 요청이 평소보다 2~3배 늘었다”고 말했다.

대형주 비중이 절대적으로 높은 연기금도 코스닥 랠리를 예의주시하고 있다. 금융위원회와 한국거래소가 유가증권 및 코스닥시장을 적절히 섞은 새 벤치마크를 만들고 있기 때문이다. 지난 6월 말 기준 국민연금의 대형주(시가총액 1~100위) 투자액은 103조1192억원으로 전체 주식 투자액(122조3286억원)의 84.3%를 차지했다. 이에 비해 코스닥시장엔 주식 투자액의 2.6%인 3조2056억원만 넣었다. 연기금은 이달 들어 유가증권시장에서 4185억원어치를 순매도하고 코스닥 기업을 1142억원어치 순매수했다.

김우섭 기자 duter@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