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 들어 지난 3분기까지 9억원의 영업손실을 낸 한 상장사가 매분기 배당으로 133억원을 풀었다. 최대주주 일가의 지분율이 85.74%에 달하는 천일고속이 주인공이다. 실적 악화에도 이 회사가 ‘폭탄 배당’을 하는 이유에 시장의 관심이 쏠리고 있다.

천일고속은 지난 14일 주당 5000원을 분기 배당한다고 공시했다. 이 회사는 1분기에 주당 3000원, 2분기엔 1300원을 배당했다. 올해 배당금총액은 133억원이다. 14일 유가증권시장에서 종가(9만5800원) 기준으로 시가배당률(배당금/주가)은 9.7% 달한다. 4분기에 한 차례 더 배당을 하면 시가배당률은 더 올라갈 것이란 게 증권업계의 예상이다.

본업이 시외버스 운송인 이 회사의 경영 환경은 썩 좋지 않다. 원가 상승과 이용객 감소 등으로 지난 1분기와 3분기에 영업손실을 냈다. 그러자 회사는 갖고 있던 땅을 팔았다. 지난 3월 천일고속은 ‘자산운용 효율성 강화 및 현금유동성 확보를 통한 재무구조 개선’을 이유로 유형자산 양도를 결정했다. 대구에 있는 토지와 건물 등을 처분해 300억원가량을 확보했다.

사정이 이런데도 이 회사가 높은 수준의 배당률을 고수하는 건 대주주 일가의 상속세 납부를 위해서라는 게 증권업계의 분석이다. 2015년 이 회사 창업주인 박남수 회장은 별세하기 전에 명의신탁한 주식을 실명으로 전환해 증여했다.

이에 따라 손자들인 박도현 대표(지분율 37.13%)와 박주현 부사장(31.76%) 형제가 대규모 지분(68.77%)을 물려받았다. 이들의 지분은 20%대에서 80%로 높아졌지만, 400억원가량의 상속세 부담을 안게 됐다.

2011년부터 4년간 일절 배당을 하지 않았던 이 회사는 2015년 연말부터 2년 연속 8%대의 시가배당률을 찍으며 고배당주로 급부상했다. 증권업계 한 관계자는 “아직 납부할 상속세가 남아 1~2년은 더 고배당 기조를 유지할 가능성이 크다”면서도 “재원에 한계가 있는 데다 상속세 납부라는 배당의 목적이 뚜렷해 고배당을 장기간 유지하지는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윤정현 기자 hit@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