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수주가 가속페달을 밟고 있다. 내수주는 유가증권시장이 정보기술(IT)주 등 수출 비중이 높은 업종을 중심으로 오르는 동안 랠리에서 소외됐다. 내수경기 부진 등에 따른 실적 악화, 중국의 사드(고고도 미사일방어체계) 보복 등이 주가를 억눌렀다. 하지만 최근 들어 이 같은 악재가 대부분 사라지고 있다.
 '미운 오리' 취급받던 내수주 '백조'될까
◆한·중 관계 개선 조짐에 웃는 유통업

최근 내수주에 나타난 가장 큰 변화는 투자심리 개선이다. 사드 관련 악재가 해소될 조짐을 보이고 있는 게 직접적인 영향을 미쳤다. 14일 유가증권시장에서 신세계는 6500원(2.64%) 오른 25만2500원에 마감했다. 신세계는 이달 들어 10.26% 올랐다. 이 기간에 코스피지수 상승률(0.13%)을 크게 웃돈다.

이마트(이달 주가 상승률 8.04%), 하나투어(7.21%), 호텔신라(4.21%) 등도 상승세다. 기관은 이달 들어 CJ E&M(760억원) 아모레퍼시픽(687억원) CJ(422억원) 등에 대한 투자 비중을 늘리고 있다. 이경민 대신증권 연구원은 “한동안 ‘사드피해주’로 불렸던 종목들을 이제는 ‘중국 소비 수혜주’로 간주해야 한다”며 “한·중 관계가 개선되는 속도에 발맞춰 실적개선 폭이 커질 것”이라고 말했다.

음식료 업체들은 환율 하락에 따른 원재료 구입비용 감소라는 호재를 맞고 있다. 원·달러 환율은 최근 한 달 새 40원 떨어졌다. 이에 따라 음식료 기업들이 들여오는 원자재 가격도 하락하고 있다.

국제 곡물 가격도 떨어지고 있다. 한국투자증권에 따르면 지난 한 달간 소맥(-1.6%), 옥수수(-2.3%) 등이 하락세를 보였다.

음식료 대장주인 CJ제일제당은 이달 들어 6.28% 상승했다. 지난 9월에 34만원대에서 지지부진한 흐름을 보였던 CJ제일제당은 이달 들어 한때 40만원을 돌파하기도 했다. 원재료 수입 비중이 높은 동원산업은 지난 10월 이후 13.64%, 오리온은 24.74% 각각 올랐다.

오현석 삼성증권 투자전략센터장은 “원화가 강세를 보이면서 곡물 등을 수입해서 가공하는 기업들이 원가 측면에서 유리해졌다”며 “비용절감 효과로 실적 개선에 대한 기대가 커지고 있다”고 말했다.

◆소비심리도 회복

소비심리도 살아나고 있다. 한국은행이 지난달 27일 발표한 소비자심리지수는 109.2로 연초(93.3)보다 15.9포인트 올랐다. 이 지수가 100보다 크면 소비심리를 낙관적으로 보는 가구가 많다는 의미이며, 100보다 작으면 반대 의미다.

실적도 대폭 개선되고 있다. 금융정보제공업체인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유가증권시장에 상장된 유통 음식료 등 내수주 중 시장 예상치를 웃도는 3분기 실적을 발표한 기업이 절반을 넘는다.

이에 따라 내수 관련 업종지수의 상승세도 뚜렷해지고 있다. 지난달 이후 13일까지 서비스업(8.72%), 유통업(5.81%), 음식료품(5.68%) 등의 업종지수 상승률이 올해 내내 유가증권시장 상승세를 이끌었던 전기전자(4.41%)를 웃돌았다.

밸류에이션(실적 대비 주가 수준) 매력도 높은 편이다.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유통업종의 올해 이익전망치 기준 주가순자산비율(PBR·주가/주당순자산)은 0.92배에 머물고 있다. 작년 말엔 1.01배였다. 음식료 업종의 PBR은 1.27배다.

김재홍 신영증권 센터장은 “중국과의 관계 개선에 따른 투자심리 회복, 국내 소비심리 개선 등의 요인으로 내수주의 상승세가 한동안 이어질 가능성이 있다”며 “실적 개선이 확인되는 종목을 중심으로 선별적으로 투자 비중을 늘릴 필요가 있다”고 설명했다.

강영연 기자 yyka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