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켓인사이트 11월10일 오후 3시21분

바이오시밀러(바이오의약품 복제약)를 개발·생산하는 에이프로젠그룹이 유가증권시장에 상장해 있는 금속가공업체 나라케이아이씨 경영권을 인수하는 동시에 나라케이아이씨를 통한 대규모 자금 조달에 나선다. 핵심계열사인 에이프로젠의 기업공개(IPO)가 회계처리 문제로 연거푸 미뤄지자 더는 임상시험 비용 마련을 늦출 수 없다고 판단해서다.

나라케이아이씨는 10일 최대주주인 나라에이스홀딩스가 보통주 770만여 주(지분율 45%)를 500억원에 처분하고 오는 28일 별도로 600억원의 제3자배정 유상증자를 하기로 했다고 공시했다. 경영권 인수 주체는 경영컨설팅 회사 지베이스로 이번 유상증자에 단독으로 참여할 예정이다. 기존 최대주주 지분은 제네시스투자조합 1~3호 등 7곳의 재무적 투자자(FI)들이 나눠 사들인다. 나라케이아이씨는 이날 가격제한폭(29.83%)까지 오른 3090원에 거래를 마쳤다.

지베이스는 김재섭 에이프로젠 사장이 지분 100%를 보유한 그룹 최상위 지배회사다. 김 사장과 함께 에이프로젠 지분 44.9%를 보유하고 있다. 에이프로젠은 산하에 에이프로젠바이오로직스, 에이프로젠제약, 에이프로젠H&G 등을 거느리고 있다.

이번 거래는 바이오시밀러 개발 자금을 마련하기 위한 것으로 업계는 해석하고 있다. 나라케이아이씨는 이날 지분매각·유상증자 공시와 동시에 다음달 신주인수권부사채(BW)와 전환사채(CB)를 1000억원씩 발행하겠다는 계획을 밝혔다. 유상증자 대금을 포함해 2600억원의 신규 현금을 확보하는 셈이다.

에이프로젠은 다국적 제약사 얀센의 류머티즘관절염 치료제인 ‘레미케이드’의 복제약인 ‘GS071’을 개발한 회사다. 국내 업체 중에선 셀트리온, 삼성바이오에피스에 이어 세 번째로 일본 시판 최종허가를 눈앞에 두고 있다. 이 밖에도 ‘허셉틴’ ‘리툭산’ 등 다른 유명 약품의 바이오시밀러 개발도 하고 있다.

에이프로젠은 바이오시밀러 개발 경쟁이 갈수록 치열해지는 상황에서 더 이상 임상시험을 늦출 수 없다는 결론을 내린 것으로 알려졌다. 이 회사는 지난해부터 국내 증시 상장을 시도했으나 회계감리 일정 등을 감안할 때 연내 예비심사청구서를 내기 어려운 상황이다. 이 회사 관계자는 “경쟁사들이 수익을 내고 있는 상황에서 대책 없이 기다릴 수 없다고 판단했다”며 “이번에 조달한 자금은 적법한 절차를 거쳐 임상시험 비용으로 쓸 것”이라고 말했다.

이태호 기자 thle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