효성 3분기 '어닝쇼크'…증권가 "기대치 너무 높았나"
효성이 최근 쇼크 수준의 3분기 실적을 발표하면서 증권가를 놀라게 했다. 애널리스트들은 "리스크(위험) 요인을 간과한 안이한 추정치를 내놨다"며 그간 기대치가 실제 수준을 반영하지 못했음을 인정했다. 목표가도 잇따라 낮췄다.

10일 오후 2시45분 현재 유가증권시장에서 효성의 주가는 5500원(4.09%) 내린 12만9000원에 거래되고 있다. 전날(0.37%) 오름세를 보였던 주가는 장 마감 후 3분기 실적이 나온 후부터 떨어지기 시작했다.

3분기 실적이 시장 기대치를 현저하게 밑돌았기 때문이다. 매출액은 3조1192억원, 영업이익 1707억원을 기록했다. 매출액은 전년 동기 대비 9.7% 늘었지만, 영업이익은 31.1%나 급감했다. 특히 영업이익은 시장 컨센서스(증권사 추정치 평균)였던 2331억원에 비해 26.8%나 못 미치는 수준이었다.

원료 가격이 크게 오른 탓이다. 주력 제품인 스판덱스, 타이어코드 등이 원재료 상승으로 모두 수익성이 악화됐다. 윤재성 하나금융투자 연구원은 "섬유사업부는 스판덱스, 나일론, 폴리에스터 모두 원가 상승에 따른 마진 압박을 받았다"며 "산자·화학 또한 타이어코드, 폴리프로필렌(PP), 삼불화질소(NF3) 등의 원재료인 액화석유가스(LPG), 무수불산(HF)의 가격 상승분을 반영하지 못했다"고 설명했다.

4분기에도 비싼 원재료비 때문에 큰 폭의 실적 회복을 이루기는 어렵다는 의견이 나오고 있다. 신영증권은 효성의 4분기 영업이익을 2080억원으로 추정했다. 이번 분기보다는 22% 개선되지만 지난해 4분기와 비교하면 4% 감소한 수치다.

이 증권사의 이지연 연구원은 "급격한 원가 상승으로 4분기에도 전년 대비 실적이 부진할 전망"이라면서 "섬유 부문은 스판덱스 판가 인상과 베트남 15만톤 증설로 공급 물량이 늘어 지난 3분기보다는 이익이 개선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이어 "중공업 부문도 정부의 탈원전 등의 에너지 정책 변화로 불확실성이 높아진 상황"이라며 "단기적으로 실적 부진 흐름을 이어갈 전망"이라고 말했다.

효성의 어닝 쇼크 소식에 여의도 증권가에서는 "그간 실적에 대한 기대치가 지나치게 높았다"는 지적이 쏟아졌다. 지난 2분기에 이어 3분기까지 실적 쇼크를 낸 것에 대한 놀라움이 컸다. 이날 DB금융투자에서는 "그간 너무 높은 기대치를 제시했던 것은 명백한 실수"라는 의견을 게재한 보고서를 내놔 눈길을 끌었다.

한승재 DB금융투자 연구원은 "타이트한 회계처리, 원가 부담 등 여러 가지 리스크 요인들을 간과했다"며 "안이한 추정치를 제시했던 것에 대해 반성한다"고 했다. 이어 "낮아진 실적 체력을 바탕으로 추정치를 현실화하고자 한다"며 목표주가를 기존 20만원에서 17만5000원으로 낮춰 잡았다.

신영증권과 하나금융투자 등도 목표가를 하향했다. 두 증권사는 기존에 20만원을 제시했지만 각각 18만5000원과 17만원으로 낮췄다.

안혜원 한경닷컴 기자 anhw@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