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 리스크 소강 국면에 삼성전자 배당 확대 '호재'
외국인들, IT주 이어 저평가·소외주 쓸어 담는 중
기업 실적도 가파른 상승세…"코스피 레벨업 기회"
연기금 강세장 동참…네이버·현대차 등 사들여
국내 주식시장에 투자하는 외국인들의 ‘식욕’이 왕성해졌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등 ‘잘나가는’ 정보기술(IT)주 위주의 ‘편식’에서 벗어나 실적 개선이 예상되는 다양한 업종의 종목들을 사들이고 있다. 코스피지수를 2020선에서 2400선까지 끌어올린 올 상반기 랠리 때의 ‘바이 코리아(buy Korea)’와는 다른 양상이다. 북핵 리스크(위험)가 수그러든 데다 한국과 중국 간 사드(고고도 미사일방어체계) 갈등이 봉합되는 등 대외 악재가 사라지면서 국내 기업들의 뛰어난 펀더멘털(기초체력)이 선명하게 부각되고 있기 때문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이제 다시 주식이다] 외국인 '1조 순매수'에 연기금도 '실탄 장전'… 코스피 2차 랠리 이끈다

◆잠잠해진 북핵 리스크

코스피지수는 1일 33.04포인트(1.31%) 오른 2556.47에 마감했다. 나흘 연속 종가 기준 사상 최고치로 뛰어올랐다. 지난달 30일 종가 기준으로 처음 2500선을 돌파한 뒤 사흘 만에 2550선마저 넘어서 2600선을 바라보게 됐다. 외국인 투자자가 이날 유가증권시장에서 3046억원어치를 순매수하며 강세장을 이끌었다. 북핵 리스크가 고조된 지난 7월부터 3개월간 3조9896억원어치를 순매도했던 외국인은 지난달 약 3조원어치의 국내 주식을 사들이며 코스피지수를 2500선 위로 밀어올렸다.

전문가들은 외국인 매수세 배경을 세 가지로 분석했다. 우선 북한 리스크가 수그러들었다는 점이다. 한 외국계 금융회사 대표는 “9월까지만 해도 한반도 내 군사적 충돌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는 우려가 적지 않았다”며 “최근 홍콩법인 등에서 들려오는 소식에 따르면 외국인의 북한 리스크 우려가 크게 줄어든 것으로 파악된다”고 말했다.

삼성전자의 배당 확대 소식도 호재로 작용했다. 삼성전자는 이날 10만7000원(3.89%) 오른 286만1000원에 마감했다. 전날에 이어 이틀 연속 사상 최고가를 기록했다. 삼성전자의 배당 확대 발표가 다른 기업들의 주주환원 강화로 이어질 것이란 기대가 퍼지면서 외국인 자금을 끌어들이고 있다는 분석이다. 국내 기업들의 낮은 배당성향(배당총액/순이익)은 그동안 ‘코리아 디스카운트(한국 저평가)’ 요인 중 하나로 지목돼 왔다.

오현석 삼성증권 투자전략센터장은 “삼성전자의 배당 확대 결정으로 외국계 장기투자자들이 들어올 수 있는 여건이 갖춰졌다”며 “지수가 한 단계 레벨업할 수 있는 조건이 마련된 것”이라고 평가했다.

◆국내 연기금도 강세장에 동참

코스피지수의 거침없는 상승세에도 국내 증시가 여전히 저평가돼 있다는 시각도 있다. 상장사 실적이 가파르게 상승하면서 실적 대비 주가 수준(밸류에이션)이 점점 낮아지고 있기 때문이다.

유가증권시장 상장사의 평균 주가수익비율(PER·주가/주당순이익)은 9.4배로 코스피지수가 처음 2000선을 돌파했던 2007년 12.3배보다 낮은 수준이다. PER이 낮을수록 실적에 비해 주가가 싸다는 의미다.

중국과의 사드 갈등이 어느 정도 해소된 점도 지정학적 불확실성을 줄였다는 설명이다. 사드 보복 탓에 밸류에이션이 낮아진 자동차·화장품·여행·항공 관련주들에 대한 투자심리가 개선되면서 외국인들의 종목 선택폭도 넓어졌다.

외국인은 지난달 삼성전자, SK하이닉스 등 IT 대형주 외에 면세점·자동차·태양광 관련주 등 그동안 관심이 뜸했던 종목들도 장바구니에 담았다. 현대자동차(950억원) 호텔신라(791억원) OCI(399억원) 등이 대표적이다.

최근에는 국내 ‘큰손’인 국민연금 등 연기금도 강세장에 뛰어들어 코스피 2차 랠리에 대한 기대를 높여주고 있다. 연기금은 지난달 이후 유가증권시장에서 6240억원어치를 순매수했다. 네이버(1810억원) 아모레퍼시픽(1197억원) 현대모비스(911억원) 현대차(854억원) 등 한동안 소외됐던 종목들을 주로 사들였다.

전문가들은 주로 급락장에서 지수 버팀목 역할을 하던 연기금이 공격적인 매수에 나선 점에 주목하고 있다. 국민연금 출신의 한 증권전문가는 “연기금들이 세계 경기의 강한 회복세와 예상을 뛰어넘는 기업 실적에 힘입어 내년에도 상승장이 이어질 것으로 예상하고 매수에 나선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최만수/강영연 기자 bebop@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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