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빚내서 주식 사자"… 신용융자 잔액 사상 최대
코스피지수가 고공행진을 이어가자 빚을 내 주식 투자에 나서는 개인이 늘고 있다. 이에 따라 신용융자 잔액이 사상 최대치로 불어났다.

31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지난 27일 기준 유가증권 및 코스닥시장 신용융자 잔액은 사상 최대 규모인 8조7040억원으로 집계됐다. 종전 기록은 9월22일의 8조6812억원이었다. 신용융자 잔액은 지난 18일부터 하루도 빠짐 없이 증가하고 있다.

신용융자 잔액은 증권사에서 돈을 빌려 주식 투자에 투입한 자금이다. 통상 주식 매수금액의 40%를 보증금으로 내면 나머지를 증권사로부터 빌릴 수 있다. 단기적으로 주가가 오를 것을 기대하는 개인이 주로 이용한다. 올 1월만 해도 6조원대에 머물렀던 신용융자 잔액은 코스피지수가 상승하면서 가파르게 늘어나는 추세다.

신용융자 잔액 규모는 개인 참여 비중이 높은 코스닥시장이 더 크다. 하지만 코스피지수가 연일 사상 최고치를 경신하면서 빚의 증가 폭은 유가증권시장이 더 크다. 유가증권시장 신용융자 잔액은 4조2644억원으로, 연초(2조9217억원)에 비해 45.96% 늘었다. 코스닥시장에서는 같은 기간 3조8640억원에서 4조4396억원으로 14.90% 증가했다.

기업의 본질적인 가치와 펀더멘털(기초체력)을 보고 유입되는 자금이라기보다는 단기 수익을 노리고 유입되는 성격이 큰 돈인 만큼 신용융자 잔액이 급증하는 걸 주식시장 과열 신호로 해석하기도 한다. 전문가들은 “주식시장이 상승 탄력을 받을 때 신용융자가 함께 늘어나는 건 자연스러운 흐름이지만 증가 속도가 지나치게 빠르면 조정받을 때 충격이 배가 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증권사 신용융자는 금리가 높은 데다 신용거래로 사들인 주식은 주가가 일정 수준 이하로 떨어지면 반대매매(강제 주식처분)가 이뤄진다.

윤정현 기자 hit@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