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모주 투자도 이젠 '4차 산업혁명주'가 대세
정보기술(IT) 장비 기업에 쏠렸던 공모주 투자자의 관심이 친환경에너지 및 스마트공장 등 신성장산업에 속한 기업으로 이동한 것으로 나타났다. “기술혁신이 몰고 올 산업지형 변화로 관련 기업들이 고성장 바통을 이어받을 것이란 기대가 반영됐다”는 게 전문가들의 설명이다.

11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지난 3분기(7~9월) 31개 신규 상장사(스팩 포함) 가운데 청약경쟁률이 높았던 종목은 이더블유케이(지열발전 설비업체), 알에스오토메이션(로봇 모션 제어기), 엠플러스(2차전지 제조장비), 지니언스(보안 솔루션), 앱클론(항체신약 개발) 순이었다.

국내 유일 지열발전설비 관련 기술업체로 알려진 이더블유케이는 111억원어치 주식을 모집하는 데 1조2878억원에 달하는 청약증거금(주식가격의 50%)이 들어왔다. 청약경쟁률은 1160 대 1로, 올 1~9월 74개 신규 상장사 가운데 가장 높았다. 스마트 공장용 로봇 모션 제어기를 생산하는 알에스오토메이션은 올 들어 두 번째로 높은 1059 대 1의 경쟁률을 올렸다. 2차전지 생산장비 제조업체인 엠플러스도 모집주식의 1000배를 웃도는 수요를 모았다.

투자자의 관심은 올 상반기까지만 해도 호황을 누리고 있는 반도체 및 디스플레이 장비업종에 쏠려 있었다. 상반기 청약경쟁률 상위 5곳 중 4곳이 대기업에 관련 장비 등을 납품하는 회사였다.

하지만 디스플레이 업종을 중심으로 상장 후 주가가 기대에 못 미치면서 이 분야의 신규 입성 기업에 대한 관심도 차츰 낮아졌다. 기업공개(IPO) 시장 전문가들은 투자자가 2015~2016년 바이오업종, 올 상반기 IT 장비업종에 이어 새로운 성장산업 탐색에 나선 것으로 해석했다.

정부의 적극적인 4차 산업혁명 지원 의지도 투자자의 눈길을 끄는 요인으로 꼽힌다. 문재인 대통령은 이날 4차산업혁명위원회 출범 및 1차 회의에 참석해 “4차 산업혁명을 선도할 분야를 집중 육성하고 지능형 인프라와 친환경 에너지를 기반으로 스마트시티도 조성하겠다”고 말했다.

공모주 투자자의 관심이 다양한 신성장 업종으로 확산되면서 코스닥 IPO 시장은 열기를 이어갈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거래소에 따르면 올 1~9월 코스닥시장 신규 상장 기업 수는 작년 같은 기간(44개사)보다 68.2% 증가했다.

1~9월 합산 공모금액은 2조7000억원으로 종전 최대였던 2000년의 2조6000억원을 넘어섰다. 거래소 관계자는 “4차 산업에 대한 관심이 증가하면서 관련 신규 상장사들의 주가도 비교적 양호한 흐름을 보이고 있다”고 분석했다.

이태호 기자 thle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