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주)가 SK엔카를 매물로 내놓으면서 ‘SK엔카’라는 브랜드명을 쓰지 못하도록 하는 조건을 내건 것으로 알려져 인수후보들이 고민에 빠졌다. 불투명한 중고차 시장에서 SK엔카 브랜드에 대한 소비자의 신뢰가 크다는 점을 감안할 때 인수 후 브랜드명을 유지하는 게 기업가치를 끌어올리는데 유리하기 때문이다.

2일 투자은행(IB)업계에 따르면 SK(주)는 인수후보들에게 제공한 투자안내문(IM)에 SK엔카 상호를 쓰지 못한다는 조건을 명시했다. 이런 조건을 내건 이유는 2014년 SK엔카의 온라인 사업부문을 떼어내 SK엔카닷컴을 설립할 때 체결한 계약 때문이다.

당시 SK(주)는 호주 카세일즈홀딩스에 SK엔카닷컴 지분 49.99%를 매각하면서 ‘엔카’ 상표권도 같이 팔았다. 이에 따라 지금은 SK(주) 중고차 사업의 핵심인 SK엔카 오프라인 사업부가 SK엔카닷컴에 상표권 사용료를 지불하고 있다.

SK그룹과 같이 인지도 높은 그룹들이 계열사나 특정 사업부를 매각할 때 브랜드 관리를 위해 매각 후 그룹명을 못쓰게 하는 경우는 있다. 하지만 브랜드를 아예 못쓰도록 하는 경우는 찾아보기 힘들다. 롯데렌탈(옛 KT렌탈) 롯데하이마트(옛 하이마트) 한화종합화학(옛 삼성종합화학)처럼 그룹 이름만 바꾸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인수한 기업이나 사업부의 브랜드파워를 훼손하지 않기 위해서다. 같은 시기 매각작업이 진행 중인 SK그룹 계열 SK증권은 인수자가 5년간 ‘SK’ 브랜드를 쓰는 대신 상표권 사용료를 내는 조건이 붙어있다.

SK엔카 인수전에 참여한 한앤컴퍼니와 메디치인베스트먼트는 인수 기업을 되팔아 투자금을 회수해야 하는 사모펀드(PEF) 운용사다. 브랜드 가치에 민감할 수밖에 없다는 게 IB업계 설명이다. 유력한 인수후보였던 스틱인베스트먼트는 이미 인수전에서 발을 뺐다. 상표권에 대한 가치 산정과 투자금 회수 방안 마련에 어려움을 겪었기 때문인 것으로 알려졌다.

한 인수합병(M&A) 전문 변호사는 “최근 M&A 시장에서 화제가 된 금호타이어 매각과정에서 협상을 최종 결렬시킬 정도로 상표권은 기업가치의 중요한 비중을 차지한다”며 “일반적인 상표권 사용료가 연 매출의 0.5~2% 수준임을 감안할 때 SK엔카의 매각 가격에도 상당한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말했다.

정영효/이동훈 기자 hug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