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래소, 이사장 후보자 늑장 공개에 줄 사퇴까지…노조 "만신창이"
한국거래소의 차기 이사장 선임이 난항을 거듭하고 있다. 후보자 반쪽 공개에 따른 비난 여론에 거래소가 추가로 일부 후보들을 공개하고 나섰지만, 논란의 불씨는 사그라들지 않는 모습이다. 후보자들의 지원 철회도 잇따랐다. 거래소 노동조합은 "만신창이 인선"이라며 공개 비난하고 나섰다.

28일 한국거래소는 차기 이사장 공개모집에 지원한 후보자들을 추가로 공개했다. 김성진 전 조달청장, 정지원 한국증권금융 사장, 김재준 거래소 코스닥시장위원장 등 3인이 차기 이사장 공모에 지원했다.

김성진 전 청장과 김재준 위원장은 거래소가 이사장 지원 여부를 밝히지 않은 비공식 후보로 손꼽혀왔다. 정지원 사장은 이날 거래소의 공식 발표 전 이사장 유력 후보로 급부상했다.

지난 26일 거래소는 이사장 추가 공모를 마감한 후 14명의 지원자 중 7명의 신원을 공개했다. 지원현황 공개에 동의한 지원자는 김광수 전 금융정보분석원(FIU) 원장, 최방길 전 신한BNP파리바자산운용 대표, 류근성 전 애플투자증권 대표, 신용순 전 크레디트스위스은행 감사, 유흥열 전 한국거래소 노조위원장, 이동기 현 한국거래소 노조위원장, 최홍식 전 코스닥시장본부장이다.

후보자 공개가 절반에 그치면서 거래소는 물론이고 이사장 후보자들에게도 여러 추측과 비난이 쏟아졌다. 김성진 전 청장은 비공개 후보자로 내정설이 돌았다.

후보자들의 줄이은 지원 철회 소식은 의혹의 불씨를 키웠다. 전날 유력 후보로 꼽혀왔던 김광수 전 원장이 일신상의 사유로 지원의사를 철회했다. 신원을 공개하지 않은 비공식 후보였던 이철환 전 시장감시본부장도 이날 후보 지원 철회를 표명했다. 거래소 이사장 후보자는 총 14명에서 12명으로 줄었다.

이에 거래소가 추가로 후보자들의 신원을 발표하며 진화에 나섰다. 거래소는 "비공개 지원자에 대한 추측성 기사가 지속적으로 보도되고 있어, 공개에 동의하지 않은 지원자를 대상으로 추가로 공개 동의를 요청했다"고 설명했다.

추가 후보자 공개에도 비난은 사그라들지 않고 있다. 남은 12명의 후보자 중 아직 3명의 후보자가 공개되지 않았다.

거래소 노조는 즉각 반발하며 성명을 준비하고 나섰다.

이사장 공모에 지원한 이동기 현 한국거래소 노조위원장은 "거래소 이사후보추천위원회(추천위)가 지원자를 추가적으로 공개한 것은 거래소 이사장 선임에 미리 정해 놓은 기준도, 절차도 없다는 것을 보여주는 것"이라며 "맘에 드는 후보가 없다고 이사장 모집을 추가로 진행하고, 지원서를 받고 나서 채용 기준을 정하는 회사는 어디에도 없을 것"이라고 비판했다.

그는 이어 "한국의 자본시장을 이끌어나가는 수장 자리가 정부의 입김에 좌우되면서 '만신창이'가 되어가고 있다"며 "정부와 거래소로부터 독립된 추천위를 새로 구성해 거래소 이사장 인선을 처음부터 다시 시작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거래소 노동조합은 이르면 이날 오후 이사장 선임과 관련한 추가 성명을 발표할 예정이다.

김은지 한경닷컴 기자 eunin11@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