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럽 증시에 투자하는 펀드에 국내외 자금이 몰리고 있다. 올 들어 유럽 증시는 미국과 아시아 신흥국 증시 ‘랠리’에 가려 투자자들의 관심을 받지 못했지만 하반기 들어 상황이 바뀌었다. 유럽 경기 회복세가 이어지고 있는 데다 유럽 증시가 북·미 갈등으로 인한 지정학적 리스크(위험)의 영향을 상대적으로 덜 받는다는 점에서 국내외 투자자들이 주목하고 있다.
국내외 투자자들, 유럽 펀드로 몰린다
◆유럽펀드로 글로벌 자금 이동

25일 펀드평가사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최근 3개월 동안 국내 유럽 주식형펀드에 564억원이 순유입됐다. 최근 한 달간 156억원이 들어왔다. 올 상반기까지 5000억원가량이 순유출되는 등 자금 이탈이 두드러졌지만 지난 7월 이후 자금 흐름이 반대로 바뀌었다.

올 들어 가장 많은 자금을 끌어모은 유럽 주식형펀드는 ‘피델리티유럽’ 펀드였다. 지금까지 203억원이 순유입됐다. 유럽 증시에서 저평가된 성장 기업과 중장기적으로 순이익 창출 능력이 개선될 것으로 예상되는 기업을 발굴하는 게 목표인 펀드다. 이 펀드는 올 들어 14.25%의 수익을 냈다. 미래에셋유럽블루칩인덱스(연초 이후 144억원 순유입), 삼성유럽가치배당(48억원) 등에도 자금이 몰렸다.

글로벌 주식형펀드 시장으로 시야를 넓히면 미국과 아시아 증시에서 빠져나간 자금이 유럽 증시로 유입되는 경향이 뚜렷하게 나타난다. 미래에셋대우에 따르면 지난주(18~22일) 선진 유럽펀드에는 17억6000만달러(약 2조원)가 순유입됐다. 반면 올 들어 인기를 끌었던 북미 주식형펀드에서는 14억2000만달러(약 1조6000억원), 아시아 주식형펀드에서는 13억8000만달러(약 1조5600억원)가 각각 이탈했다.

◆“유로존 경기회복세 지속”

유럽 주식형펀드의 수익률도 좋다. 국내에 선보인 38개 유럽 주식형펀드는 올 들어 평균 12.07%의 수익을 냈다. 최근 한 달 수익률은 2.76%로 전체 해외 주식형펀드 평균(2.40%)을 넘어섰다. 국내 유럽 주식형펀드 가운데 올해 가장 높은 수익을 낸 건 미래에셋자산운용이 내놓은 상장지수펀드(ETF) ‘TIGER유로스탁스배당30’이었다. 올 들어 17.64% 수익을 거뒀다. 삼성파이어니어유럽중소형(16.31%), 슈로더유로증권(16.12%)이 뒤를 이었다.

유럽 경기 회복세가 이어지고 있는 점이 투자자들이 유럽 증시를 주목하는 가장 큰 이유로 꼽힌다. 지난 22일 발표된 유로존(유로화 사용 19개국)의 9월 제조업 구매관리자지수(PMI)는 58.2를 기록해 시장 전망치인 57.2와 전달의 57.4를 모두 웃돌았다. PMI가 50을 넘으면 경기 확장, 그 이하면 경기 위축을 의미한다. 신환종 NH투자증권 연구원은 “지난 2분기 유로존의 실질 경제성장률은 2.4%로 전년 동기 1.8%에 비해 개선됐다”며 “네 번째 연임에 성공한 앙겔라 메르켈 독일 총리가 유럽연합(EU)의 결속을 강화시키며 유로존 경제 회복세도 이어질 것”이라고 내다봤다.

미국과 북한이 연일 강하게 대립하며 군사적 긴장감이 높아지고 있는 점도 투자자들이 유럽 증시에 주목하는 계기가 됐다는 분석이 나온다. 이진호 미래에셋대우 연구원은 “유럽 증시는 미국과 아시아에 비해 지정학적 리스크의 영향을 적게 받는다”고 말했다. 북·미 갈등이 고조될수록 영향을 크게 받는 미국이나 아시아 증시보다 유럽 증시 선호 현상이 강해질 것이라는 설명이다.

나수지 기자 suji@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