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스닥시장 바이오주 주가가 크게 오르면서 서울 여의도 증권가를 중심으로 고평가 논란이 제기되고 있다. “임상 중인 신약이 한 번 터지면 ‘대박’을 터뜨리는 바이오산업의 특성을 감안할 때 지금 주가 수준을 비싸다고 보기 어렵다”는 긍정론에 맞서 “바이오 선진국인 미국 유럽의 헬스케어업종보다 주가수익비율(PER) 등 각종 지표가 높게 나오는 건 합리적이지 않다”는 부정론이 나오고 있다.
거물? 거품?… 코스닥 바이오주 '고평가' 논란
◆시가총액 상위권 독식한 바이오주

코스닥 대장주 셀트리온은 지난 15일 코스닥시장에서 8200원(6.86%) 오른 12만7700원에 마감했다. 장중 한때 12만9800원까지 올라 사상 최고가(장중 기준)를 경신했다. 유방암 치료용 바이오시밀러 ‘허쥬마’가 지난달부터 국내에서 처방되면서 상승세를 타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최근 코스닥에선 셀트리온을 비롯해 제약업종 내 핵심 종목들이 대거 상승흐름을 타고 있다. 코스닥 시가총액 1~4위(15일 기준)가 1위 셀트리온을 비롯해 셀트리온헬스케어(2위) 메디톡스(3위) 신라젠(4위) 등 모두 바이오주다.

지난해 말 코스닥에 상장한 신라젠은 증시 전체를 통틀어 요즘 가장 뜨거운 종목 중 하나로 꼽힌다. 지난 8월 이후 주가가 84.6% 급등했다. 임상 3상을 진행 중인 간암 치료용 항암 바이러스 치료제 ‘펙사백’이 조명을 받은 영향이다. 당뇨병성 신경병증 유전자 치료제(VM202)를 임상 중인 바이로메드(시가총액 8위)도 같은 기간 26.2% 올라 주목을 받고 있다.

◆불거지는 고평가 논란

바이오주가 급등세를 보이자 고평가 논란이 제기되고 있다. 에프앤가이드·삼성증권 등에 따르면 셀트리온 메디톡스 휴젤 등이 포함된 코스닥 제약업종의 12개월 선행 PER은 27.8배로, 코스닥 평균(14.3배)을 크게 앞섰다.

이 정도 밸류에이션(실적 대비 주가 수준)은 바이오 선진국인 미국이나 유럽, 혹은 바이오주 투자열기가 뜨거운 중국과 비교해도 높은 편이다. 미국 S&P500 헬스케어업종의 12개월 선행 PER은 16.9배, MSCI의 유럽 헬스케어와 중국 헬스케어업종은 각각 16.4배와 19.1배다.

신라젠은 올 상반기에 306억원의 손실을 냈다. 바이로메드도 9억원 적자를 기록했다. 바이로메드의 12개월 선행 PER은 1645배 수준이다.

◆“높은 변동성에 주의”

“코스닥 바이오주 상승세가 아직 우려할 만한 정도는 아니다”는 긍정론도 많다. 박시형 IBK투자증권 연구원은 “한국 바이오주는 글로벌 톱 수준의 대형업체가 없어 PER이 상대적으로 높게 나오는 측면이 있다”며 “미국도 나스닥 바이오주 중에 12개월 선행 PER이 100배가 넘는 업체가 상당수 있다”고 말했다.

하지만 “다른 업종에 비해 불확실성이 큰 만큼 주가 변동성이 커질 수 있다는 점에 유의해야 한다”는 데 대해선 전문가들의 의견이 일치하고 있다. 지난 7월 골관절염 치료제 ‘인보사’가 식품의약품안전처로부터 시판허가를 받았지만, 그 이후 주가가 약 25% 하락한 뒤 회복하지 못하고 있는 코오롱생명과학이 대표적인 사례다.

하태기 골든브릿지투자증권 연구원은 “바이오 기업이 개발 중인 신약에 대해 상업적 평가를 하기는 어렵다”며 “글로벌 임상 2~3상 단계에 있는 바이오주를 하나로 묶어 투자하는 전략을 구사해볼 만하다”고 말했다.

김동현 기자 3cod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