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래소 이사장 인선 난항…투명성 대신 '낙하산' 논란만 가중

한국거래소가 차기 이사장 인선에 난항을 거듭하고 있다. 투명성과 신뢰도를 높인다는 취지로 이사장 추가 공개모집에 나섰지만 정치권 개입 의혹이 확산되면서 '낙하산 인사' 논란만 가중되는 형국이다.

14일 한국거래소와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한국거래소 이사후보추천위원회(추천위)는 지난 12일 제2차 회의를 열고 이사장 후보를 오는 26일까지 추가 공모하기로 결정했다.

당초 거래소는 이달 13일 서류심사 결과를 후보자들에게 통지하고, 면접을 거쳐 이달 말 임시주주총회에서 이사장을 선임할 계획이었다. 하지만 서류 합격 발표일 하루 전날 이사장 후보를 다시 받겠다고 선언하면서 공모 일정을 모두 뒤집었다. 이사장 선임은 10월 말로 한 달 가량 늦춰졌다.

추천위는 "공모 기간을 충분히 갖고, 의지 있는 분들에게 응모 기회를 다시 한 번 부여하기 위해 추가 공모를 진행하게 됐다"며 "향후 일정을 공개하는 등 이사장 후보 선정절차를 투명하고 공정하게 진행할 계획"이라고 설명했다.

거래소가 이사장을 추가 공모 하는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이사장 후보자를 받고난 뒤 추가로 후보자를 모집한 전례가 없다.

2005년 통합거래소 출범 당시 이사장 선임은 1차 서류심사를 통과한 후보자 3명이 외압설 논란에 모두 자진 사퇴해 재공모를 진행했다. 2013년 최경수 이사장 인선 때는 관치 논란이 불거지며 이사장 공모가 약 3개월간 중단됐다.

거래소의 이례적 행보에 시장의 의혹은 눈덩이처럼 불어나고 있다. 이사장 후보에 등록하지 못했던 정치권 유력 인사를 이사장으로 앉히기 위한 방편이라는 소문부터 유력 후보를 위해 면피용으로 후보자를 늘리는 것은 아니냐는 비난까지 뒷말이 무성하다.

한 업계 관계자는 "정부의 인사 검증 시스템이 도마에 오른 상황에서 거래소가 낙하산 인사 논란을 모른 척 할 순 없을 것"이라며 "그동안 거래소 이사장 인사를 봤을 때 이번 추가 공모가 거래소 독단적으로 결정한 사항은 아니었을 것"이라고 말했다.

거래소 이사장은 금융위원회의 제청으로 대통령이 임명한다. 정치권의 외압에서 자유로울 수 없는 구조가 지속되는 한 낙하산 인사를 척결할 수 없다는 지적이 잇따른다.

거래소 노조는 전날 성명을 내고 "후보추천위원회부터 다시 구성하고 새 위원회는 정부와 거래소로부터 독립성을 확보해야 한다"며 "추천위원이 누구인지, 구체적 심사기준과 방법이 무엇인지 먼저 공개한 뒤에 공모절차를 진행해야 한다"고 비판했다.

한편 이사장 1차 공모에는 김광수 전 금융정보분석원(FIU) 원장, 김재준 현 거래소 코스닥시장위원장, 이철환 전 시장감시위원장, 최홍식 전 코스닥시장본부장 등 내·외부 인사 10여명이 지원한 것으로 알려졌다.

거래소 관계자는"1차 공모 지원자 가운데 후보자 등록을 취소한 사람은 아직 없다"며 "추가 공모 마감 후, 후보 지원자가 동의할 경우에는 1·2차 후보 지원 현황도 공개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김은지 한경닷컴 기자 eunin11@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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