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비철금속 등 원자재펀드 다 뜨는데… 농산물 펀드 수익률은 '마이너스'
대두(콩)·소맥(밀)·옥수수 등 농산물 펀드에 투자한 개인 투자자의 시름이 깊어지고 있다. 올 하반기 들어 미국 달러 약세와 중국 경기 호조로 금·은·동(구리) 등 ‘원자재 랠리’(가격 상승)가 이어지고 있지만 국제 곡물 가격만 유독 약세를 면치 못하고 있어서다.

11일 펀드 평가사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국내에서 판매되는 9개 농산물 펀드의 연초 이후 평균 수익률(지난 8일 기준)은 -6.38%로 집계됐다. 에프앤가이드가 분류한 36개 테마 펀드 가운데 가장 낮은 수익률이다.

농산물 펀드 중 설정액이 1020억원으로 가장 많은 미래에셋자산운용의 ‘미래에셋TIGER농산물선물’ 상장지수펀드(ETF)의 연초 이후 수익률은 -7.02%다. ‘미래에셋로저스농산물지수’(-5.12%), ‘멀티에셋짐로저스애그리인덱스’(-1.11%), ‘신한BNPP포커스농산물’(-7.05%) 등 다른 농산물 펀드도 마이너스 수익률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대두 선물 가격은 8일 미국 시카고상품거래소(CBOT)에서 부셸(약 27㎏)당 9.5640달러에 마감했다. 지난 7월11일 부셸당 10.2520달러까지 올랐던 것을 감안하면 두 달 새 7% 넘게 떨어졌다. 소맥과 옥수수 선물 가격도 이 기간 각각 22%, 12% 하락했다.

이경주 한국투자증권 연구원은 “미국 유럽 등 주요 농산물 산지가 평년보다 온화한 기후를 보이면서 세계 곡물 재고량이 증가한 여파”라고 말했다. 지난달 미국 농무부는 ‘8월 세계 곡물 수급 전망’ 보고서를 통해 2017~2018년 소맥과 대두 재고율 전망치를 상향 조정했다.

이 연구원은 “미 농무부는 당분간 이상기후를 유발하는 라니냐(해수면 온도 하락)와 엘니뇨(상승)가 발생할 가능성이 낮다고 보고 있다”며 “현재로선 곡물 가격 상승을 이끌 요인은 달러 약세뿐”이라고 했다. 통상 달러 가치와 곡물 가격은 반대로 움직인다. 유로 등 주요 6개 통화 대비 달러 가치를 나타내는 달러인덱스는 8일 91.352로 최근 1년 내 최저치로 떨어졌다.

이석진 원자재&해외투자연구소장은 “미국 등 주요국의 물가 상승세(인플레이션)가 둔화될 것이란 우려로 농산물 가격 상승에 대한 기대도 낮아지고 있다”며 “지난달 이후 ‘어마’ 등 허리케인이 미국을 잇달아 강타하고 있지만 세계 곡물 재고량 증가세를 꺾기엔 역부족”이라고 말했다.

금과 구리·니켈·아연 등 산업용 금속은 지난달 이후 연중 최고치 행진을 이어가고 있다. 국제 금 선물 가격은 달러 약세 기조와 북한의 핵·미사일 도발에 따른 안전 자산 선호 현상으로 8일 1년 만에 최고치인 온스당 1346달러로 마감했다. 국제 금 선물이나 금광·귀금속 관련 기업 주식에 투자하는 국내 11개 금 펀드의 연초 이후 평균 수익률은 15.02%를 기록하고 있다. 국제 구리 가격을 추종하는 ‘TIGER 구리실물’ ETF 주가는 7월 이후 13.26% 올랐다.

하헌형 기자 hh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