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증현 전 기획재정부 장관(오른쪽) 가족과 크리스틴 라가르드 국제통화기금(IMF) 총재가 7일 서울 광화문 포시즌스호텔에서 만찬을 했다. 윤 전 장관의 사위가 라가르드 총재에게 자신의 아들을 안겨주자 윤 전 장관이 활짝 웃고 있다. 강은구 기자 egkang@hankyung.com
윤증현 전 기획재정부 장관(오른쪽) 가족과 크리스틴 라가르드 국제통화기금(IMF) 총재가 7일 서울 광화문 포시즌스호텔에서 만찬을 했다. 윤 전 장관의 사위가 라가르드 총재에게 자신의 아들을 안겨주자 윤 전 장관이 활짝 웃고 있다. 강은구 기자 egkang@hankyung.com
국제 금융계의 여제(女帝) 크리스틴 라가르드 국제통화기금(IMF) 총재(61)가 한국을 방문할 때마다 찾는 사람이 있다. 윤증현 전 기획재정부 장관(71)이다. 기재부와 한국은행이 공동 주최한 국제 콘퍼런스에 참석하기 위해 방한 중인 라가르드 총재는 이번에도 윤 장관을 만났다. 공식 일정을 마친 7일 서울 광화문 포시즌스호텔에서 윤 전 장관과 만찬을 했다. 만찬에는 윤 전 장관 부인과 사위 박사무엘 씨(외교부 사무관), 외손자 등 가족도 함께 초대돼 화기애애한 대화가 오갔다.

이날 만찬은 라가르드 총재가 방한 전 윤 전 장관에게 “시간을 내 꼭 만나고 싶다”며 비공식 자리를 요청해 이뤄졌다. 라가르드 총재의 방한은 2013년 12월 인천 송도에서 열린 녹색기후기금(GCF) 출범식 참석 이후 4년 만이다. 당시에도 라가르드 총재는 바쁜 일정을 쪼개 윤 전 장관 가족과 조찬 모임을 했다.

윤 전 장관은 한국경제신문 기자에게 “저만 해도 (현직을 떠난) 옛날 사람이라 이렇게 시간을 내서 찾기가 쉽지 않은 일인데…”라며 “라가르드 총재는 프랑스 여성 대통령감으로 거론되는 사람인데도 참 경우가 바르고 겸손하고 인간적으로도 괜찮은 사람”이라고 말했다.

국제 금융계에서 두 사람의 각별한 인연은 널리 알려져 있다. 라가르드 총재와 윤 전 장관은 2010년 주요 20개국(G20) 서울 정상회의 때 긴밀히 손발을 맞췄고 인간적으로도 막역하게 지냈다. 당시 IMF 설립 후 65년 만에 대대적으로 회원국 지분율을 조정하는 문제를 둘러싸고 선진국과 신흥국이 첨예하게 맞설 때 윤 전 장관은 프랑스 재무장관이던 라가르드에게 도움을 요청, 유럽의 양보를 이끌어냈다. 그 결과 IMF에서 신흥국의 발언권이 세졌고 한국의 지분율도 1.41%(18위)에서 1.80%(16위)로 올라갔다.

이듬해인 2011년 2월 프랑스에서 열린 G20 재무장관회의 때 라가르드가 본인이 묵는 방으로 윤 전 장관을 초대해 탁자를 사이에 두고 대화를 나눈 일화는 유명하다. 여성 장관이 자기 방으로 다른 나라 장관을 초대한 것 자체가 이례적이기 때문이다. 그만큼 격의 없이 지낸 것이다. 윤 전 장관은 “당시 파리의 교통혼잡으로 회의 시간에 늦을 뻔하자 라가르드가 개인 전용 보트를 내줘 센강을 가로질러 회의장으로 간 적도 있다”고 회고했다.

그해 5월 라가르드가 IMF 총재에 출사표를 던지자 윤 전 장관은 곧바로 외신 인터뷰를 통해 공개 지지를 선언했다. 기자들에게도 “라가르드 장관은 슈퍼우먼이다. 고등학교 때 싱크로나이즈드 수영 국가대표였고 20년간 미국 대형 로펌의 최고경영자(CEO)도 지냈다. 능력과 품성 모든 면에서 최고다. 상대방에 대한 배려도 뛰어나다”고 칭찬을 아끼지 않았다.

윤 전 장관은 2011년 6월 공직에서 물러난 뒤 로펌 등의 고문직 제의를 마다하고 자신의 성을 딴 개인 연구소(윤경제연구소)를 설립해 활발한 연구활동을 하고 있다. 라가르드 총재는 지난해 IMF 총재직 연임에 성공했다. 2021년 7월 임기가 끝난 뒤 유력한 차기 프랑스 대통령 후보로 거론된다.

주용석 기자 hohoboy@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