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증시가 게임에 빠졌다. 한국 미국 일본의 대표 게임주들이 올 들어 대부분 50% 넘게 오르면서 각국 증시를 달구고 있다. 중국을 중심으로 게임산업 규모가 급성장하고 있는 것이 배경이다. 성능이 좋은 PC나 스마트폰에서만 작동되는 게임이 잇따라 출시되면서 반도체 수요도 급증하고 있다. 국내 게임업체 블루홀이 개발한 ‘배틀그라운드’가 세계적인 돌풍을 일으키면서 한국 게임주들에 대한 관심이 확대될 것이란 기대도 나온다.

◆반도체 수요 이끄는 게임산업

엔씨소프트의 ‘리니지M’
엔씨소프트의 ‘리니지M’
엔씨소프트는 올 들어 지난 8월까지 유가증권시장에서 53.7% 올랐다. 지난 1일 종가는 39만6000원이다. 올해 출시한 모바일게임 리니지M이 하루 평균 80억원가량의 매출을 올리며 흥행가도를 달리고 있는 것이 주가 상승의 동력이다. 과열 논란이 불거지며 지난 6월 하루에 10% 넘게 주가가 폭락하기도 했지만 이후 상승세가 더 가팔라졌다.

게임주의 급등은 한국 증시만의 현상이 아니다. 세계 최대 게임업체인 액티비전블리자드는 올 들어 나스닥시장에서 81.9%나 올랐다. 자회사 블리자드가 작년 출시한 총싸움 게임 ‘오버워치’가 세계 PC 게임시장을 휩쓸면서다. 6GB 이상의 메인메모리와 4GB의 그래픽 메모리를 요구하는 오버워치는 고사양 PC 수요를 늘려 D램 가격 상승을 부채질했다.

닌텐도의 ‘닌텐도스위치’
닌텐도의 ‘닌텐도스위치’
일본 도쿄증시에서는 닌텐도가 2년째 고공행진을 하고 있다. 올해 주가 상승률은 48.5%에 이른다. 작년 증강현실(AR) 게임 ‘포켓몬 고’로 세계 주식시장을 강타한 뒤 새 게임기 ‘닌텐도스위치’로 연타석 홈런을 쳤다. 닌텐도스위치는 출시된 지 5개월이 됐지만 새 제품보다 중고 제품 가격이 비쌀 정도로 여전히 품귀 현상을 겪고 있다. 닌텐도스위치 역시 4G D램과 32GB의 낸드플래시 메모리를 탑재해 반도체 수요를 이끌고 있다.

뉴욕증시에서는 세계 각국 게임주에 투자하는 상장지수펀드(ETF)인 ‘EFTMG Video Game Tech’가 인기를 끌고 있다. 엔씨소프트를 비롯해 액티비전블리자드 닌텐도 EA 넥슨 유비소프트 코나미 등 36개 종목을 담고 있다. 지난 4월 이후 상승률은 37.5%로 같은 기간 S&P500 지수를 30%포인트 가까이 앞질렀다.
세계 증시, 게임에 푹 빠졌다
◆배틀그라운드 효과 나타나나

글로벌 게임주들의 높은 주가 상승 배경에는 게임 기업들의 ‘깜짝 실적’이 있다. 김세찬 대신증권 연구원은 “스마트폰, 태블릿PC의 발달과 함께 중국 게임시장이 급격히 성장하면서 전 세계 게임산업 규모는 올해 100조원을 넘어서는데 이어 2020년 130조원까지 커질 것”이라고 내다봤다.

블리자드의 ‘오버워치’
블리자드의 ‘오버워치’
국내 게임사 주가 전망도 밝다. 증권사들은 엔씨소프트의 영업이익이 지난 2분기 700억원에서 3분기 3000억원대로 네 배 넘게 불어날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더블유게임즈는 지난달 모바일 부문 결제액이 사상 최고인 750만달러(약 84억원)를 돌파했다.

해외 게임주와 비교해 밸류에이션(실적 대비 주가 수준) 매력도 크다는 게 시장 평가다. 엔씨소프트의 올해 예상 주가수익비율(PER·주가/주당순이익)은 15.6배, 넷마블게임즈는 22.8배, 웹젠은 11.6배다. 액티비전블리자드(26.1배) 닌텐도(38.5배) 유비소프트(30.2배) 등에 비해 저평가돼 있어 상승 여력이 크다는 분석이다.

국산 게임 배틀그라운드가 세계 최대 PC온라인게임 플랫폼인 미국 ‘스팀’에서 동시접속자 수 1위를 기록하면서 한국 게임업체들에 대한 외국인 투자자들의 관심이 높아질 것이란 기대도 나온다. 이 게임을 개발한 블루홀은 장외시장에서 한 달 만에 주가가 다섯 배 급등했다. 추산 기업가치는 3조원에 육박한다.

김성은 한국투자증권 연구원은 “배틀그라운드 흥행으로 한국 온라인 게임에 대한 관심이 확대될 것”이라며 “‘보는 게임’에 대한 수요가 확대되면서 글로벌 E스포츠 시장의 폭발적인 성장도 기대된다”고 말했다.

최만수 기자 bebop@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