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유정 발목 잡은 '주식 거래'에 증권가 갑론을박
이유정 헌법재판관 후보자가 '주식 대박' 논란 끝에 자진 사퇴했지만, 이 후보자의 '평범하지 않은' 주식거래를 놓고 증권가에서는 여전히 갑론을박이 끊이지 않고 있다.

'정상적인 거래'라고 보기 힘들다는 의혹이 곳곳에서 고개를 드는 가운데 증거없이 불법 거래인 양 몰아가서는 안된다는 신중론이 맞서고 있다.

이 후보자 주식거래의 '비범성'은 무엇보다 일반인은 쉽게 상상할 수 없는 수익률에서 나온다.

작년 2월 재산 신고 당시 2억9천만원 수준이던 이 후보자의 보유 주식가액은 지난 8월 현재 15억1천만원으로 1년6개월 만에 무려 12억원 넘게 불어났다.

금융투자업계에서는 코스닥과 비상장 주식 투자 만으로 이 정도 규모의 주식 거래 차익을 거둔 것은 개인투자자의 정상적인 거래로 보기 어렵다는 지적이 나왔다.

투자자문사의 한 임원은 2일 "이 후보자의 보유 종목을 보면 우량주가 하나도 없어 상식적으로 볼 때 일반 개인투자자의 포트폴리오로 보기 어렵다"면서 "특히 지스마트글로벌같은 종목은 완전한 작전주"라고 지적했다.

업계의 다른 관계자도 "이 후보자가 보유한 미래컴퍼니의 경우 소위 '잡주'로 일반인이 알고 접근할 만한 종목이 아니다"라고 말했다.

가짜 백수오 파동의 중심에 섰던 내츄럴엔도텍 주식으로 5억원 넘는 차익을 남긴 것도 문제가 됐다.

특히 내츄럴엔도텍은 이 후보자 소속 법무법인이 관련 사건을 수임한 것이 밝혀지면서 이 후보자가 내부자 정보를 이용해 투자한 것이 아니냐는 의혹까지 제기됐다.

이 후보자는 물론 전날 사퇴 입장문을 통해서도 "미공개정보를 이용해 불법적 거래를 했다는 의혹은 분명 사실과 다르다"고 재차 강조했다.

실제 증권가에서는 이 후보자의 주식 거래가 내부자 정보를 이용한 거래의 양태와는 다르다는 분석도 나왔다.

업계 관계자는 "억 단위의 과감한 투자를 한 점이나 매수와 매도 시점이 기가막힐 정도로 탁월한 점으로 미뤄 볼 때 당시 주변에 주가조작 세력의 핵심 인물로부터 정보를 듣고 매매한 것으로 추정된다"면서 "회사 내부자 정보로는 저런 투자를 하기는 불가능하다"고 지적했다.

바른정당 법제사법위원회 간사인 오신환 의원이 전날 금융위원회에 조사를 요구하는 진정서를 제출하고서 "이 후보자가 현재까지 수억원의 수익을 낸 종목의 주식 거래 내역을 보면 주가가 높을 때 매도하고 급락한 주식을 다시 매수하는 이른바 '작전세력'의 매매 행태를 보이고 있다"고 주장한 것도 같은 맥락에서 이해된다.

다른 한편으론 짧은 시간에 대규모 차익을 얻었다는 사실만으로 특별한 증거 없이 내부자 정보를 이용한 불법 거래로 단정할 수 없다는 의견도 나왔다.

투자자문사 임원은 "한두 종목에서 대박이 났다고 해서 이 후보자가 직접 내부자 정보를 이용해 불법 거래했다고 보기도 어렵다"면서 "실제 보유 종목 중에 한국전자금융과 NHN한국사이버결제와 같이 물린 것도 있다"고 말했다.

업계 일각에서는 이 후보자가 증권사 지점이나 투자자문사에 투자를 맡겼고 운 좋게 대박이 났을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오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증권사의 강남 쪽 지점이나 일부 투자자문사에는 '잡주'의 내부 정보를 가지고 매매하는 소위 '선수'들이 있는 것으로 안다"면서 "이 후보자가 이런 브로커들에게 투자를 일임했을 수 있다"고 말했다.

(서울연합뉴스) 유현민 기자 hyunmin623@yna.co.kr